이번엔 약속하지 않은 깜짝 손님들이 ^ ^

 

 

 낮은산 큰아빠, 새끼개 삼촌이랑 밥을 먹으러 나간 식당, 감자는 저 건너 테이블에 가서도 누군가의 품에 안겨 ㅎ

 

 

 어머나! 마침 그날 제주도에는 오일장 이모야가 함께 있던 어린이책작가교실 모임 분들도 제주도엘 내려온 거라 ㅎ 오일장 이모야 다른 작품들로 대표되는 동화작가지만, 감자야가 지금 빠져 있는 거 가운데 하나가 오일장 풍경을 담은 그림책. 그 중에서도 뻥튀기 장면의 "뻥이야!"만 보면은 귀막는 시늉을 하면서 재미있어 하며 날마다 몇 번이고 그 그림책을 들고 쫓아다니곤 했으니.

 

 그날 그렇게 식당에서 오일장 이모야를 잠깐 만나고, 일행들이 다 돌아가고 난 다다음 날 이모야랑 이모야네 누나가 감자네 마을로 찾아와 ^ ^ 

 

 

 얘기로만 듣던 혜원이 누나야네! 누나야 얘기를 듣던 게 고등학교를 그만두던 무렵이었으니, 그때만 해도 어린 소녀였는데, 아빠도 혜원 누나야를 이렇게나 훌쩍 큰 아가씨가 되어서야 처음 만나는 자리.

 

 

 세상에나, 혜원 누나야는 해원 이모야랑 정말 도장 쿵! 찍어놓은 것처럼 똑닯았네 ^ ^ 감자가 갈수록 달래하고 닮아가고 있다는데, 감자도 엄마야랑 붕어빵으로 닮게 될까.

 

 

 이거는 누나야가 찍어서 보내준 사진 ㅎ 감자는 금세 누나야랑 친해져서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기분이 좋았어.

 

 

 할머니까지 다 같이 나가 오일장 이모야네랑 밥을 먹고는, 이젠 감자네 집으로 가서 놀자!

 

 

 아빠가 누군가를 만나면, 그 사람에 대해 가장 크게 느끼는 건, 그 사람이 약자를 대하는 태도, 그거거든. 일상 생활에서 가장 흔하고 쉽게 대하는 거라면 어린아이와 노인, 동물을 대하는 모습, 그거일 텐데. 혜원 누나야도 그거에서는 한 점 모자랄 거 없이 백점짜리로 예쁘게 잘 자랐구나. 처음 만나는 할머니 앞에서도 전혀 쭈뼛거림이나 불편한 기색없이 늘 만나온 할머니를 대하듯이, 아가들을 볼 때는 좋아 어쩔 줄을 몰라하며 그야말로 스럼없이 안고 부벼대는.  

 

 

 해원 이모야에게 고등학교 시절 혜원 누나야 얘기를 처음 들을 때부터, 참말 멋진 아이다, 예쁜 아이다 싶었는데 실제로 만나니 정말로 그러네. 탈학교 청소년으로 혼자 길을 찾으며 좋아하는 음악 공부를 하더니, 겁도 없이 미쿡이라는 데로 용감하게 건너가. 설명을 해줘도 아빤 잘 알아듣지 못하지만, 음향을 전공하는 대학이라던가, 미쿡의 이름난 음반사들 대부분이 모여있다는 도시에, 앨범 녹음할 때 그 소리를 만지는 법을 공부하는 곳이라는.

 

 어린이문학 하는 동네에서 아빠가 손꼽아 좋아하는 몇 안 되는 작가 이모. 혜원 누나야는 그 이모야를 쏙 빼 닮았구나. 얼굴 뿐 아니라 마음씨며 씩씩함까지.

 

 

 감자는 집에 오니까 신이 나는구나. 혼자서 신난다고 뛰어다녀! "여기가 감자네 집이에요, 감자네 마당!" 하고 얘기라도 하듯이.

 

 

 어머, 감자야. 저기 제비집이다!

 

 

 말못하는 감자지만, 다 알아듣고는 감자도 제비에게 눈이 팔려. 

 

 

 으응, 흥부놀부 책에서 보던 제비다, 그치? 감자도 아까 식당에서 이모야랑 누나야한테 새처럼 나는 거 보여줬지?

 

 

 감자는 식당에서 이모야누나야를 처음 만났을 때 한껏 개인기 자랑을 하며, 어김없이 "새처럼 날아요!"를 자랑해 ^ ^

 

 

 품자를 보는 이들마다 하나같이 하는 말, 어쩜 이리도 순할까. 밥집에 들어가서도 눕혀놓은 채로 가만히, 다들 처음 만나 인사를 하며 감자 재롱에 눈이 가있는 동안, 품자는 손가락을 빨다가 어느 새 잠이 들어 있어. 밥을 다 먹을 즈음 잠에서 깨어나서도 낯선 공간, 낯선 이들 목소리에 눈동자만 굴리며 노래같은 옹알이를.

 

 순한 아가로 치면 감자가 우주 최강일 거라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품자는 감자보다 더! 상상 그 이상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건지.

 

 

 처음 보는 노랑머리 누나야가 손을 잡고 눈을 맞춰 놀아주는 데도 좋다고 싱긋방긋.

 

 

 품자도 감자 형아처럼 오일장 그림책을 들고 쫓아다닐 때가 멀지 않았겠지 ㅎ 대장간 그림을 보면서 삽이랑 낫이랑 망치 흉내를 내고, 장터에서 막걸리 마시는 아저씨 그림에는 아빠를 가리키다가, 뻥튀기 터뜨리는 장면 앞에서는 형아랑 둘이서 귀를 막고, 뻥이요! 하면서.

 

 

 감자가 태어났을 때부터 제주도에 감자보러 간다간다 하더니, 감자가 이만큼이나 커서 만나게 되었네. 약속 없이 깜짝 나타나서 더 놀랍고 반가운.

 

 

 누나야네 아빠가 저녁 비행기로 내려와 제주공항에 도착할 시간이었는데도, 이모야랑 누나야는 그러고도 한참을 감자품자를 보며 즐거워했다. 세상 순한 남편이고 아빠라더니, "기다리고 있겠지 ㅎ" 하면서 서두르는 기색이 없어 ㅋ 처음에는 그 다음 날 저녁, 누나야네 세 식구 다 모였을 때 함께 만날까 했는데, 감자네 집에는 그 다음 날 또다른 손님이 있었거든. 몇 해 전,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잠깐 인사를 나누었던 누나야네 아빠. 착해보이던 그 모습이 떠오르며, 식구들은 그렇게들 닮는구나 싶어 마음이 따스해지던.

 

 

 이모야랑 누나야가 아빠를 데리러 공항으로 나가고, 그 사이에 품자는 또 이렇게 잠이 들었네. 자면서도 싱긋방긋 웃는 건, 어떤 행복한 꿈을 꾸고 있기에 그런 거니.

 

 

 누나야가 앉았던 자리에는, 자석 그림판에 감자를 그려준 그림이 남아있네. 그림을 계속 들여다보니까 감자하고도 닮았고, 그 그림을 그린 누나야하고도 닮은 것 같아.

 

 엄마아빠에겐 깜짝 선물같은 시간이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 언제나 그렇듯, 따뜻하고 행복한 시간. 처음 만나는 이모야, 누나야 앞에서 웃음 가득 좋아라 하던 감자품자도 아마 그랬을 거야. 이모야랑 누나야에게 넘치는 깨끗하고 밝은 기운이 왠지 감자품자에게도 전해졌을 것만 같은.

 

 늘 이렇게 좋은 사람들만 만나고 지낼 순 없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 요사이 들어 회사 일로 속상한 일이 많아서일까, 그저 좋아하는 일만을 하면서, 서로 좋아하는 얼굴들만 만나며, 그렇게 살아가게는 안 되는 건지. 그런 속에서라면 더 성실하고 부지런히 일을 하게 될 거고, 그 자체로 즐거움과 기쁨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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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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