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과 한국군 파병 관련 기사들(2007. 5. 4 ~ 2007. 6. 7)을 읽고
이라크 전쟁 관련 기사들을 살피는 것을 이번에는 한 달을 훨씬 넘겨 이제야 보고 있다. 바끼통에 프랭스가 날마다 찾아 올린 기사들은 여느 달보다 차고 넘쳤고, 그만큼이나 지난 5월의 그곳은 끔찍하고 잔혹한 아우성이 더한 시간들이었다. 미국에서는 하원과 상원 의회에서 이번만큼은 철군 결의안을 통과시켜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주기도 했지만, 역시나 결국은 철군 시한을 명시하지 못한 전쟁비용 지원 법안을 그대로 통과시켰다. 그에 대한 실망감은 ‘평화 어머니’라는 별명으로 미국 반전 운동의 맨 앞자리에 서 왔던 신디 시헨 아줌마가 체제의 경계에서 해온 반전활동을 접는다는 선언을 하게끔 했다. 지속적인 전쟁 수행을 주장하는 측이나 반전평화라는 것조차 자신들 권력 욕망을 위한 립싱크 정도로나 삼고자 하는 측 모두 진정한 평화에는 너무도 거리가 멀다는 것을 확인한 것인지 모르겠다. 그것이 어디 제도 정치를 둘러싼 자리에만 국한한 것이겠나, 그 어떤 선한 의지나 정의로움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내 것으로 삼고자 하는 욕망을 버리지 못할 때 그 본래의 가치는 목적이 아닌 수단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인지도……. ‘평화운동에 평화가 없었다’는 아픈 반성은 끊임없이 나와 우리 자신을 되돌아봐야 하는 것일 것이다. 뛰어난 조직력이나 쌈박한 기획력 같은 것으로 집회나 캠페인 같은 행사같은 것을 잘 만들어내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언제나 내가 나와 우리의 관계 속에서, 그리고 우리와 그들의 관계 속에서 평화의 원리를 얼마나 내면화시키고 있는지, 입고 먹고 싸고 일하고 쉬는 구체적 생활의 내용을 얼마나 전쟁의 작동 원리에서 멀리하고 있는지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일 것이다. 지난 한 달 기사 목록을 살피다 보니 17일 돌아가신 권정생 선생님에 대한 기사도 하나 들어 있었다. 아마 ‘이라크 전쟁’을 열쇠말로 해서 검색하면서 그 기사 안에 그 말이 들어 있어 이라크 전쟁에 대한 기사 모음에 같이 올려 놓은 것이겠지.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지금 따로 이 글에서 더 언급하고 싶지는 않지만, 한 가지,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수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고, 누군가 표현한 것처럼 ‘손 있는 사람이면 너나할 것 없이 권정생에 대한 글을 써 대더라’라 할 정도로 많은 글들이 있던 가운데 경향의 이대근 기자가 쓴칼럼하나만큼은 기억에 깊이 남아 있다. ‘생활의 최전선에서’, ‘무욕과 절제, 가난을 무기로 정면대결해온’, ‘혁명이 사라진 시대의 혁명가’라고 할아버지의 삶을 말하던. 그래, 할아버지는 언제나 그렇게 말씀하곤 했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승용차를 버려야, 수세식 화장실을 없애야, 25평 아파트를 15평 아파트로 줄여야’ 파병을 막을 수 있다고, 그렇게 넘치게 써대면서 어떻게 전쟁을 막을 수 있겠느냐고……. 문제는 생활의 내용을 바꾸는 것이다, 관계의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이것들이 바탕이 되지 않는 한 피켓과 구호 안에 갇힌 평화는 언제까지나 공허할 것이며, ‘평화’라는 가치조차 상품으로 삼고자 하는 이들이나 권력 욕망의 수단으로 삼고자 하는 이들에게 언제라도 이용당할 수 있는 것이다. 나의 의식주 해결 방식이 폭력적인 한 전쟁은 끝날 수 없다.
지난 한 달 사이 이라크에서 건너온 이 많은 소식들. 디얄라 주에서는 점령군 헬기가 한 초등학교를 겨냥해 포를 쏘아대 일곱이나 되는 아이들을 죽게 한 일이 있었고, 반인륜적 고문으로 이름나 있던 아부그라이브 지역에서 이라크 경찰 지원자를 모집하는 곳에서는 자살 폭탄으로 근무하던 경찰들과 지원자들이 떼로 죽는 일이 있었다. 어차피 점령군에 협력해 그들의 손발 노릇을 해 이라크 민중들에게 총구를 겨누는 일을 하는 것에 지원하는 것을 보며 그러한 테러를 하게 된 것이겠지. 그 심정이 아주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곳에 지원자로 모인 사람들은 또 어떠할까, 50 퍼센터에 가까운 실업률에 생필품조차 쉽게 구할 수 없는 그곳에서 식구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경찰 옷이라도 입겠다고 모여든 사람들……. 악순환은 그렇게 이어진다. 바그다드 후세이니야 지역에서는 작은 버스 한 대에 총을 쏴 열한 명을 죽인 뒤 그 죽은 이들의 몸 사이사이에 다시 폭탄을 숨겨 둬 경찰들이 사고 현장을 살피러 온 시간에 다시 한 번 폭발을 하게 하는 일이 있기까지 했다. 과연 그 분노는 어디까지 닿은 것일까, 그리고 그 분노를 낳은 것은, 그 분노를 그치게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이라크의 저항은 더욱 거세지고 있어 한 날은 미군의 주력 수송 헬기인 ‘블랙호크’가 집중 배치되어 있는 바그다드 북부 타지 공군기지에 박격포 공격을 해 헬기 열여섯 대를 부순 일이 있었다. 기사를 읽다가 어느 순간 ‘타지’라는 잊고 있던 지명이 아련히 떠올랐다. 2003년 3월 18일, 개전 공습을 이틀 앞두고 인간방패들이 배치해 있는 곳을 돌아보며 들렀던 곳, 거기에는 반전평화팀이 아닌 개인으로 와 있던 한국인이 한 명 있었다. 러시아에서 유학중이다가 이라크로 바로 들어왔다던 재원이 형. 타지 푸드센터라고 했다. 식량창고. 당시 인간방패들은 최소한 지켜야 할 곳으로 정유 공장이나 상수시설이 있는 곳, 그리고 식량창고를 꼽으며 그곳들을 우선으로 해 나누어 들어가 있었지. 적어도 이곳들에는 폭격을 하지 말라는 절규와 같은 몸짓으로……. 아, 그래, 맞아, 타지라는 곳, 그 때 그곳에서 봤던 사람들, 아이들. 블레어가 바그다드에 다녀갔고, 그 시간에 맞춰 그린존에는 저항세력의 박격포 세례가 이어졌다. 그리고 우리의 ‘자이툰’이 가 있는 아르빌 북부에서는 주방 청소 제품을 가득 실어 장사하는 차로 위장한 트럭이 그대로 폭발물을 터뜨려 마흔 명을 죽게한 일이 있었다지. 자이툰 주둔지에서 불과 6~7K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 아르빌에 가 있는 자이툰 부대를 더 걱정시키게 하는 건 그 테러 사건보다 기어코 시작한 터키군의 군사작전이다. 터키군이 이라크 북부 쿠르드지역을 침공하리라는 예상은 벌써부터 나돌고 있던 것이다. 이미 지난 4월 터키군 총사령관은 군사작전을 하겠다는 선언을 하기도 했고, 나라를 아주 빼앗긴 채 터키와 이라크, 이란, 시리아 네 나라에 찢겨 흩어져 살고 있는 쿠르드족의 역사에서 충분히 예견되어온 일이었다. 이라크가 시아와 수니, 쿠르드로 분리하게 되면서 자치 독립 정부를 열망해온 쿠르드족은 이라크 뿐 아니라 다른 세 나라에 억눌려 살고 있는 이들까지 다 함께 분리 독립을 준비할 것이고, 여기에 터키를 비롯한 쿠르드족을 다스리는 나라들은 이라크의 쿠르드 분리 독립을 마땅치 않아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 힘을 갖기 전에 싹을 짓밟아 놓겠다는 것, 아직 터키 군과 이라크 북부에서 쿠르드 독립운동을 벌이고 있는 쿠르드노동자당(PKK) 사이의 전투는 크게 확산되지는 않았지만 언제라도 심각한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허나 이라크가 흘리는 핏물과는 하나 상관없다는 듯 전쟁을 벌이는 자들은 자유를 지키기 위한 소명이라 떠들며 꿈쩍 않고 있고, 자이툰 부대가 가 있는 그곳의 긴장과는 하나 상과 없다는 듯 이 나라 정부는 또다시 파병 연장을 위해 바람을 잡고 있다. 지난 해 재차, 삼차 파병 연장안을 통과시키면서 올 6월 말까지는 자이툰부대 임무종결 계획서를 내놓기로 하고, 올해 말에는 철군을 약속했으면서도 또 다시 파병 연장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한국국방연구원을 통해 슬그머니 내 놓고 있다.
전쟁을 막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제 아주 모르지는 않을 것 같다. 할아버지가 늘 말씀하시던 것처럼, 아니 그렇게 살다 가신 것처럼, 내 하루하루의 삶에서 전쟁의 때를 벗기는 것, 생활에서 싸워야 한다는 것, 그 무기가 무엇이 되어야 한다는 것……. 그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쓰러져 병원에 가 한참을 누워 있다 돌아오신 뒤, 그 뒤에는 주말마다 다녀가도 좋겠다 해 목수학교 수업이 마치는 주말이면 할아버지를 만나러 다니곤 했었지. 그 때 할아버지가 했던 얘기가 있어. 할아버지가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말씀하시기에, 그런데 그 열심히가 뭔지를 모르겠다며 다시 물었더랬지. 그 때 할아버지가 한 대답. “……열심히 살으라는 거는, 그냥 남들 사는 대로 살아서는 안 돼. 세상이 다 이래 되어 버려서 남들 사는 대로 쫒아 사는 거는 쉽거든. 이게 아니다 하는 것부터 내가 안 하려 해야 하는데 그게 참 힘들거든. 열심히 살라해서 무슨 투사나 영웅이 되는 거를 말하는 게 아니라, 평범하게 살면서도 아닌 거 안 하고, 하지 말아야 할 거 살면서 하지 않고 이런 거 말하는 거야.” 그래, 그거. 이제 아주 모르지는 않겠는데, 그게 정말 어렵다. 몸을 바꾸는 일이란 얼마나 힘든 것인지.
지난 달 이라크에서 죽어간 이들 수가 전쟁이 일어나고 세 번째로 많은 이들의 죽음이 있던 달이라 하던데. 그 아프고 슬픈 백열아홉 사람의 목숨 앞에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그 숫자 가운데 하나로 있을 자이툰 부대 오중위의 죽음 앞에도.
솔밭 사이로 강물은 흐르고 (River in the Pine) / 존 바에즈
기사 가운데 존 바에즈라는 가수의 위문 공연에 대한 것이 있었다. 이라크 전쟁에서 부상당한 미군들을 위해 미 육군병원에서 공연을 준비하던 것이 미 육군당국에서 못하게 해 할 수 없었다고. 베트남 전쟁 때부터 전쟁에 반대하는 노래를 오래도록 불러온 가수라 소개가 되어 있기에 노래를 찾아 보았더니 언젠가 들어본 일이 있는 것들이다. 그 중 지금 올려 놓은 곡,그 선율만으로도 그러했지만풀이해 놓은 노랫말을 보며 다시 들으니,정말 슬퍼.
이라크 전쟁 관련 기사 모음 (2007. 5. 4~2007. 6. 7)
[한겨레21]광란에 휩싸인 군인들, 제663호, 2007.06.07.
[한겨레신문]이라크서 미군 병사 4명 추가로 사망, 2007.06.07.
[한겨레신문]터키군, 이라크 북부 진격, 2007.06.07.
[한겨레신문]미 공화 대선주자 “보고서도 안 읽고 이라크전 승인”, 2007.06.06.
[한겨레신문]캘리포니아주, 이라크 철군 주민투표 실시할 듯, 2007.06.03.
[경향신문]‘피스맘’의 접을수 없는 꿈, 2007.06.04.
[한겨레신문]미군에 기자까지…피로 얼룩진 ‘이라크의 5월’, 2007.05.30.[한겨레신문]5월 한달간 이라크미군 116명 사망 ‘2년반만에 최고치’, 2007.05.30.
[경향신문]美 ‘평화지수’ 부끄러운 96위…한국 32위, 2007.05.31.
[한겨레신문]부시 “이라크전쟁은 미국의 소명이자 운명”, 2007.05.29.
[경향신문]‘반전엄마’ 신디시핸 정치환멸 활동중단, 2007.05.29.[한겨레신문]‘집단적 죄’와 ‘국민적 책임’은 다르다, 2007.05.26.
[한겨레신문]미국민 이라크전 반대 여론 사상 최고, 2007.05.25.
[한겨레신문]버스에 총격 뒤 시체 사이사이에 폭탄심어 폭파, 207.05.25.
[경향신문]美의회 ‘전비법안’ 승인…철군시한 명시 실패, 2007.05.25.
[한겨레신문]공군기지 침입 영국 반전운동가에 무죄 판결, 2007.05.23.
[한겨레신문]미, 이라크 반미지도자 암살 시도 실패, 2007.05.21.
[한겨레신문]바그다드에 세계 최대 규모 미 대사관, 2007.05.21.
[한겨레신문]이라크 주둔 미군 사흘새 15명 사망, 2007.05.21.
[한겨레신문]블레어 바그다드 방문…그린존에 박격포 공격, 2007.05.19.
[한겨레신문]이라크서 ABC방송 취재돕던 현지인 직원 2명 피살, 2007.05.19.
[한겨레신문]이라크 미군 사망자 3400명 넘어서, 2007.05.19.
[한겨레신문]이라크 저항세력, 미공군기지 공격, 2007.05.18.[경향신문]왜 미국은 이라크를 떠날수 없는가, 2007.05.18.
[경향신문]동화작가 권정생선생 별세, 2007.05.17.
[경향신문]美 테러대책 ‘숨은 진실’, 2007.05.11.[한겨레신문]미군 헬기 초등생에 발포…7명 숨져, 2007.05.09.
[한겨레신문]미 퇴역장성들까지 ‘이라크전쟁 비난광고’ 출연, 2007.05.09.
[한겨레신문]“바그다드 폭탄테러 경찰지원자 15명 사망”, 2007.05.05.
[경향신문]존 바에즈 이라크 위문공연 취소, 2007.05.03.
[경향신문]이라크 채무 300억弗 탕감, 2007.05.04.한국군 파병 관련 기사 모음 (2007. 5. 4~2007. 6. 7)
[한겨레신문]부시 “이라크도 한국처럼 민주주의 정착될 것”, 2007.06.07.
[경향신문]자이툰 부대 총기사망 오 중위 ‘자살’ 결론, 2007.06.04.[경향신문]터키-쿠르드 반군 전면전 조짐…자이툰부대도 긴장, 2007.06.05.
[경향신문]자이툰 파병연장 바람잡기?, 2007.05.31.
[경향신문]靑 “자이툰 파병 임무종결 국회제출”, 2007.05.31.[한겨레신문]자이툰부대 오중위 장례식 28일 치르기로, 2007.05.26.
[경향신문]자이툰 오중위 유해 24일 국내도착, 2007.05.21.
[한겨레신문]‘자이툰 사망’ 오중위 유족 ‘사망경위’ 의문 제기, 2007.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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