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일기] 조립

냉이로그 2008. 3. 14. 16:01

[목수일기] 조립

일해 가는 속도는 실로 엄청나게 빠르다. 주추를 놓고, 기초를 다진 뒤 나무를 받아놓고 치목을 시작해 닷새가 채 되지 않아 주요 부재 치목을 다 마쳤던가. 큰 어르신이 먹을 놓는 것이나 작은 어르신이 톱과 자귀로 장부를 따내는 솜씨는 정말 누구도 따르기 어려울 정도라 할만 하다. 그러니 그만큼 그 며칠 동안 나무를 들고 나르는 일은 숨 돌릴 새조차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실제 조립에 들어가서도 어르신들이 먹을 놓아준대로 치목해 다듬은 부재들은 컴퓨터로 재 놓은 것처럼이나 꼭 맞아 들어갔다. 한 번 처마도리를 끼우면서 촉이 두꺼워 애를 먹은 일이나 오량도리를 끼우다 뺄목이 부러진 일은 있었지만 그걸 감안한다 해도 조립 또한 아주 잘 되고 있는 것이다. 솔직히 나는 집 구조에 대해서는 잘 알지를 못했어, 지금도 지금껏 세워온 부분에 대해서나 이해를 하지 앞으로 해갈 것에 대해서는 잘 알지를 못해. 그래서 먹통 엉아와 어르신들이 어떤 문제에 부딪혀 계산을 하고 의논을 할 때면 귀를 기울여보다가는 이내 알아듣지를 못하니 그 틈을 타 잠시 쉬기나 했다. 어차피 다 짓고 나면, 끙끙거리며 맞춰 올리고, 끼우고, 때리고, 깎다 보면 그 때 가서는 몰라라 해도 알게 될 터이니 굳이 지금 머리 아프게 다음 일들까지 생각하고 싶지가 않아. 목수학교에 다닐 때도 언제나 교수님들이 말하기를 집은 한 번 짓고 나면 알게 된다, 머리로 먼저 이해하려 해 봐야 소용이 없을 뿐더러 그래서는 잘못 배우게 되곤 한다, 그러니 시키는대로 깎고, 다듬고, 끼우고 맞춰라…… 하곤 했으니 말이다. 지금은 그저 시키는대로 뛰어다니고, 하라는거나 잘 하려고 용을 써야지 할 뿐.

기둥과 도리, 보까지 조립을 해 놓은 뒤부터 요 며칠은 날마다 신기하다. 말했듯 나는 집의 구조를 완벽하게 알지도, 앞으로 해나갈 일의 과정에 대해 알지를 못하니 오늘 일을 마치고도 내일은 어떤 작업을 할지 알지를 못한다. 그런데 하루 일을 마치고 나면 그 날 일한 것이 자리가 나면서 눈에 보여져. 현관 틀이 만들어지고, 다락이 드러나고, 방과 거실의 지네대가 걸쳐지면서 그 위로 샌드위치 판넬을 얹게 되고…….일하는 속도가 빠르니 하루 일을 하면 집의 없던 것이 하나씩 생겨나면서 눈에 보이는 것이다. 그게 신기해. 그러니 아침에 일을 하러 나가게 되면 오늘은 과연 무엇 하나가 더 달라질까 그게 궁금할 뿐이야. 집이 지어지고 있다, 너무나게 신기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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