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적을 갖는다는 것

하필이면 지금 이 시간 서버에 문제가 있는지 진보신당 홈페이지가 열리지를 않는다. 오늘만큼은 잠들기 전 홈페이지로 들어가서라도 당원 가입을 하겠노라 마음 먹고 있었는데 이거 왜 이러는 거야. 당적이라는 거, 솔직히 나는 이제껏 한 번도 가져보지를 않았다. 활동하는 친구들이 끊임없이 권유를 했어도 국민승리21 때부터의 민주노동당에도 청년진보당 때부터의 사회당에도 입당원서를 내지는 않았어. 선택을 주저한 다른 까닭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여튼 그 때마다 내가 대는 핑계 혹은 나름의 이유란 이런 거였다. 걱정 말으라고, 당비 내는 당원 못지 않게 돈도 낼 거고, 중요한 시기에는 한 자리에 서 있을 거라고. 당원이면서 지지한다 말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지 않느냐고,당원도 아니면서 지지할 때 그래야 어쨌건 조금이나마필요한 때 힘을 실을 수 있는 거 아니야, 말하곤 하면서.그냥 나는 내 포지션을 그렇게 둘 게.당적은 갖지 않은 채 외곽에서 지원을, 애정어린 비판을 하는……. 실제로 선거가 있거나 할 때면 지지성명에 이름을 보태거나 내가 속한 공간 안에서 말이 될 만한 자리를 찾아 적잖이 깝치기도 해 왔어.

지난 2월 민주노동당 당대회를 앞뒤로 한참 놓았던 관심과 흥분을 가진 뒤로 생각한 것 한 가지가 있었다. 그 때만 해도 아직 진보신당에 대한 상이 뚜렷치도 않았고, 그 건설 경로와 지켜야 할 중심 내용에 대해서도 이견이 분분하던 때이기는 했지만 적어도 이 당에서 운동권 관념주의와 정파의 권위주의를 넘어서는 진보정당의 싹을 볼 수 있다면 당적을 가지겠노라고 말이다. 곧 돌아올 총선에서 단 하나의 의석을 얻지 못하더라도 상관 없어, 명망가 중심의 정당 혹은 주사 아닌 또다른 어느 정파 노선 중심의 정당으로 가는 게 아니라면, 그리해서 삶의 절실함과 상식에 기초한 정당을 가꾸고자 하는 진정을 볼 수만 있다면 기꺼이 함께 해야겠다 생각했다. 비당원 자격으로 남은 채 외곽의 지원 어쩌고 했던 것은 사실 그 정당 활동 전반에 대해 책임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찾아댄 핑계인 거였다. 나도 함께 할 수 있을 때, 내 조그마한 힘이라도 보태야 한다 생각했을 때 그런 때에만 선택적 지지를 보내겠다는 마음이었다고도 할 수 있겠지. 내가 어느 정당의 당원이 된다는 것은 물론 안에서야 끊임없는 성찰과 반성, 내부 비판, 과거가 되어가는 현재의 자신에 대한 끝없는 싸움 들을 끝없이 해야 하겠지만, 바깥으로는 그 정당의 공과 과 모두를 내 것으로 끌어안을 수 있어야 할진대, 그러기에는나는 이전까지그 정당들을내 정당으로여길만큼은 아니었던 것이다. 당적을 갖겠다는 생각, 그것은 아주 작은 수준의 정치라는 것을 내 살아가는 자리부터 하고자 한다는 어떤 의지인거였다.

입당 원서를 내며

태안 바다를 헤매다 사잇골로 들어와 한달을 꽉 차게 지나고, 그 사이 나는 정치가 뭐야,전쟁이 뭐야,세상이 뭐야 아무 곳에도 눈을두지 못했고 오로지나무를 만지고 진흙을 묻혀 지내기만 했다. 이거 뭐, 오두막 구석 컴퓨터에도 인터넷 선을 이어놓기는 했지만 기껏해야 메일 확인이나 동무들 소식을 엿보는 까페를 들여다 보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하지를 못해. 겨우 어제야 진보신당 홈페이지를 살짝 훑었고,앞으로 살아갈 이 고장에서는그 어떤 움직임이 있기는 한지, 강원도당 홈페이지를, 강릉 쪽에서 지역위원회를 준비하고 있다는까페 정도를 알았다.정책이니 기사니 소식은 물론 자유게시판 같은 곳에 올라 있는 글들은하나도 보지를 못해. 큰 제목 중간 제목들만 보면서 퍼즐 조작을 맞추듯 그려보다 지나치기나 했다.

집 짓는 일에서 목수 일은 거의 마쳐졌고, 지난 사흘 흙벽돌을 쌓는 일이 시작하면서는 미장 기술자를 도와 데모도를 하고 있다. 흙벽돌을 나르고, 그것을 치수에 맞춰 자르고, 그것 사이 발라줘야 하는 진흙을 개어 나르고……. 계획으로는 내일 기와를 올리기로 해 그런 줄 알고 있었더니 기와를 가져오는 쪽에서 하루를 미뤄야 한다 했고, 기와 일을 할 줄 알고 미장 기술자 분들은 내일 하루 다른 쪽에 일을 약속해 두었다 하니 갑자기 내일 하루가 붕 떠 버리듯 했다. 그렇다고 쉬거나 놀지는 않아. 기와 올릴 준비를 하려면 집 앞으로 트럭이 들어올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하는데 이 일이 만만치 않을 거거든. 그래도 내일만큼은 아주 우리끼리이니 내일은 아침 일 시작을 조금만 늦게 하기로 얘기가 된 것이다. 그러니 조금은 마음에 여유가 생겨. 미루고만 있던 입당원서 쓰는 일, 오늘 밤에는 꼭 써 보내고 자야지 생각하고 있던 것이다.

진보신당 서버가 열리지를 않아 그 사이 몇 군데를 기웃대다 보니진보넷 블로거 가운데 달군이 올려 놓은 이 기막힌 노래를 듣게 되었네. 밴드 이름도 처음 들어, 그 밴드가 참여해 만들었다는 컴필레이션 앨범에 대해서도 처음 들어. 하지만 하하, 재미있어.아니, 자꾸 들으니 슬퍼. 마음이 없다는 깡통 로봇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만 같아. 다른 노래 몇 곡을 더 찾아 듣는데 으아, 이러다 밤 새겄네. 안 된다, 내일도 이고 날라야 할 것들이 산더미. 하여간 이 노래를 듣다 보니 자꾸 갈등을 때리게 되잖아. 입당원서를써야 할 곳은여기 드로이드 당이어야 하는 건 아니었는지. 하긴, 그 전부터도 나는 '지구를 지켜라 당' 같은 거 어디 없냐고, '독수리 오형제 당'이 나와야 한다고 농담처럼 떠들곤 했으니.

이번 총선에서 드로이드에게 한 표를 / 푼돈들

어, 다시눌러 보니진보신당 홈페이지가 열린다. 나중에 멋지게 배신을 때리고 돌아설 일이 있더라도이번만큼은 내 욕망과 책임을 걸어 입당 원서를 쓰고자 한다. 적어도 그 책임을 나누겠다는 것이다. 완전해서가 아니라 그 가능성을, 그리고 깊은 쓰라림을 겪어 적어도 지난 과오들만큼은 넘어서려 노력할 것만큼은 믿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시대 가장 젊은 좌파의 자신감으로! (헤헤, 마지막 문장은 대학 다닐 때 학생회 선거에서 썼던 모토였는데 느닷없이 왜 이 말이 떠오르나 몰라.)

하하, 그리고 이 글은 선거운동이기도 합니다. 비례대표의원 투표용지에는 기호 13번 진보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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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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