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필적고의

냉이로그 2009. 1. 23. 01:03

1.

그자들은 로켓포 때문이라 했다.

그래서 전쟁을 벌이는 것이라고,

정당한 자위권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테러집단을 소탕해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함이었다고.

그이들은 화염병 때문이라 한다.

그래서대테러 경찰특공대를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정당한 공권력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도심 속 테러행위를 막아 안전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2.

용산과 가자를 댓구시키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으나,

너무나도 뻔한 이 미친 짓거리들이 되풀이하는 앞에서

내 안에 드는 분노나 슬픔따위 감정을 마주하는 것,

갑자기 맥이 빠지며 그것이 부끄러웠다.

몇 해 전어머니와 형님이전세를 끼고 대출을받아

억지로 마련한 집이 있어.

나는밥상 앞 식구들의 걱정에 섞여

혹여나 집값 떨어져 빚만 더 늘면 어쩌나, 불안해하기도 했고,

강남의 여느 아파트만큼은 아니더라도

얼마라도 오르면 좋겠다는 얄팍한 바람 가진 적 없지 않았다.

뉴타운 개발을 비판하면서도

그래도 어머니 빚 내어 마련한 그 집, 그 동네가

뉴타운 개발 구역으로 지정되면 조금이나마 더 값이 오를 거라는 말들에

어디가 되어도 될 거라면, 되면 좋겠다 하는 마음

지나가는 마음으로라도 가져본 적 없지 않다.

적어도 나는 자격이 없다.

강제진압에 분노할 자격도,

스러져간 죽음들 앞에 슬퍼할 자격도.

나,자본의 욕망에서 얼마나 멀어져 있는지.

우리, 이 사회의 욕망에서 얼마나 멀어져 있는지.

살인정권이라 말하는 꼭대기의 그들과

나는 정말로 다른 것인지.

결국은 그 욕망들이 낳은 것,

단순히 진압방식의 문제이기만 했겠는지.

경찰특공대의 투입과 그날의 참사가 아니었다면

철거를 앞둔 그 옥상 망루 위에서 찬바람 속 칼잠을 자며 버텼을

그들을나는 영영 모르지 않았겠는지.

정권을 규탄하는 것, 행정집행의 방식을 조금 유연하게 바꾸어내는 것,

그것으로 바꾸어낼 수 있을 게 과연 무엇이겠는지.

내 안에 스며든 자본의 욕망,

그 뒤틀린 욕망을 거스르지 못하는 한

나 또한이 참상에 대한 미필적고의를 지닌 공범자일 뿐이다.

저 멀리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가나안의 학살과 살육 앞에서

또한 나는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겠는지.

내가 이 자본의 그물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

미필적고의에 의한 공범의 혐의를 나는 끝내 벗을 수 없을 테니.

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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