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냉이로그 2012. 5. 1. 09:51



지난겨울 요렇게 앙증맞은 카드를 보내어온 부부사기단, 이 아니라 부부동시단이 있다. <<동시마중>>이란 잡지에서 안해는 발행인으로, 아니는 원고청탁 및 독자관리, 발송에 총무와 경리까지 각종 노가다를하면서 둘이 함께 시를쓰며 살아가는. 난생 처음이라는 아니에게 축시처럼 쓰지 마, 행사시처럼 쓰지 마 그랬더니, 축시같이 않은 축시 쓰는 게 더 어렵다며 꿍얼꿍얼이다가는 이렇게예쁜 것을 들려줘. 그날 뒤풀이도 다 저물어가던 밤에 전화기에 저장해놓은 거를꺼내 보여주었다.(달래는, 왜냉이만 나오냐 하면서 불만인 듯 하더니만, 눈사람이너잖아, 하니까 그제야 입이 벌어져 좋다고 함박 ㅋ)

봄눈이 오면

이안

부지런히 눈을 떴지만

올봄에도 냉이는

눈사람을 만나지 못했네

봄눈이라도 오면

조고맣게 눈을 뭉쳐

냉이 앞에

놓아줄 테야

솔잎 눈썹에

솔방울 코

냉이야,

인사해.

이 분이 바로

그 유명한

눈사람 어른이셔.

이 시는 어디에서 다시 볼 수 있느냐고,동시마중 까페에도 왜 올리지를 않느냐 그랬더니이번에 내는 5-6월호에 들어갈 거라쫌만 기다리라나 뭐라나. 그런데 어제 우발적 사태로 충주에 넘어가서는 동시마중 소굴엘 들어갔다가 이번 호 원고 뭉치가 있어, 전화기에 붙은 사진기로 도촬해온 것.이번에 내는 5-6월 동시마중은 100인 100편 특집이라는데, 과이연 좋은신작들이 많이도 실리게 되더라. 그 뿐 아니라 역시 특집으로 편집위원들의 이바구도 있는데, 그 역시 재미있고 좋아.그 이바구에 나오는 이들을 다 알고 있으니, 활자로 된 그것을 보면서도 그니들 목소리며 얼굴, 그 방의 분위기까지 환하게그려지니 서로 깔대기를 대가며 얘기하는 그 장면들은 그래서 더 재미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러고보니 이참에 그 편집위원들의 대담 같은 거는힘들여 녹취를 하지 말고 아예 팟캐스트 같은 걸루다가 떠들고 노는 걸 그대로 들려줘도좋겠구나 싶어. ㅎㅎ

가는 날이 장날이라구, 마침어제가 아니언니 생일 전 날이라. 낮부터야금야금, 저녁이 되어서는 푸지게 술자리가 이어지는데, 내가왜 거기엘 차를 가져갔을까, 돌아다니는 잔을 보며 침만 꼴깍꼴깍. 시인들이야 '쓰다만 시'를 두고못내 아쉬운 마음을 저며야하겠지만,나는 그 '먹다만 술'이어굴할 뿐이라. ㅠㅠ아수운 마음을 뒤로 하고는라일락꽃에 개두릅,참깨 한 봉과 사량도 멸치를 받아안고돌아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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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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