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시도 2016. 1. 8 / 1. 9
이내 시와 선경
cafe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공
감자네 카페에서 공연을 하자고, 그렇게 얘기가 시작된 건 벌써 한 달 반도 전. 그때만 해도 까마득 한참 남았을 줄 알았는데, 벌써 닷새 앞.
조기 매진될 수 있으니 서둘러 예매하세요, 같은 말이라도 포스터 한 구석에 써두자 할 걸 그랬나.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닷새를 앞둔 현재까지 예매 상황은 좋지가 않다. 하긴, 따로 어디에다 홍보를 한 것도 없고, 그럴 주변머리도 못되고, 그저 여기에다가나 한 번 올려놓거나 카톡 프로필 사진을 포스터로 바꾼 게 다였으니. 이럴 때를 생각해서 트위터니 페이스북이니 같은 에스엔에스에 유령 계정이라도 하나 만들어 둘 걸 그랬나, 풉.
부산에서 오는 이내는 내일 제주에 들어온다고 했다. 공연일정에 맞추어 그보다 앞서 내려오는 제주여행. 엊그제는 선경과 밴드를 함께 하는 선배가 음향을 미리 준비하러 카페엘 다녀갔다. 지금 난장이공에 있는 믹싱기나 스피커만 해도 이 정도 공간에서는 아주 훌륭한 거라던데, 선경의 선배는 자기가 가진 장비들을 가지고 오겠다며 공간을 살피고 돌아갔다. 조만간엔 승민과 선경이 다시 한 번 카페에 들러 무대를 어떻게 꾸밀지를 보러 오겠다 하였고, 서울에서 열흘 연속 공연을 마친 시와는 조카와 여행 뒤에 제주로 내려올 예정.
이 정도 훌륭한 뮤지션들에 음향과 무대까지, 꽤나 그럴듯한 준비가 되고는 있는데, 사람이 얼마 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사실 없지가 않아. 하지만 그렇다고 아등바등하는 건 아니. 못 보는 애들이야 지들만 손해지 모, 하면서 짐짓 마음을 놓고 있어.
시와도, 이내도, 선경도 처음부터 가벼운 마음이라 했다. 친구네 집에 여행가서 노래를 하듯이, 그런 마음으로 가볍게, 즐겁게, 그리고 그 따뜻한 인연 속에서 행복하게. 어쩌면 아등바등 않는다고 말하는 나 혼자만 속으로 아등바등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이건 내가 무대에 서거나 하는 자리가 아니라, 멀리서들 찾아와주는 친구들의 무대를 내가 보아주어야 하는 거니. 사람이 많지 않아도, 소박하고 따뜻한 자리이면 좋다고 말들은 하지만 아무래도 자리를 마련하는 처지에서야 ㅜㅜ
관객이 몇 사람이 되건, 아주 따뜻하고 행복한 자리가 될 거라는 거엔 변함이 없을 거. 이렇게나 한꺼번에 서울에서, 부산에서, 그리고 제주에 있는, 노래하는 친구들이 여기엘 찾아 노래를 들려주게 되다니. 그 언젠가 시와가 감자네 식구만을 앞에 두고, 감자네 집 공연을 해주었을 때처럼, 어쩌면 관객 수가 적을수록 더 특별한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꼭 그 숫자만을 위한 공연, 꼭 그만큼만을 위한 노래. 가까이에서 함께 호흡하고, 속눈썹을 떨림까지 노래에 실려 전해질.
닷새가 남았다. 노래하는 친구들이 찾아온다. 여기, 난장이공 카페도 여섯 달을 마무리하는 맨 마지막 시간, 그처럼 행복한 선물이라니.
지난 십이월, 서울에 있는 스푼더하우스라는 공간에서 열흘이나 연속 공연을 가졌던 시와의 공연 모습. 저런 따뜻한 자리가 될 수 있다면야 바랄 나위 없겠지만, 물론, 충분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