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덩이

냉이로그 2011. 2. 23. 21:05

저 구덩이 속으로 내 몸뚱아리도 내던져버려야 해. 그리고 그 몸뚱이들과 함께 뒤엉켜 아우성. 그것을응시할 때나 한 번씩 알량한 연민으로 불편해하다 마는 짓거리는 이제 그만.몰라서그랬다고 발뺌할 수도 없어. 이미 모르지 않기도 했거니와그것 앞에서만큼은 늘 비겁했다.몇 차례계기가 있기도 했고, 또 몇 차례 시도를하기도 했지만 그리길게 가지 못하다간상황의핑계를 들거나나 자신에게조차 합리성을주지 못하는이유들을얼버무리며흐리게 해놓고는 그 뒤로 숨고만 있었다.그리곤, 그 뒤로는 그래야만 하겠다는어떤 순간들을 또다시 만나기도 했지만, 그래봐야나는 또다시 흐지부지될 것만 같은 자신없음에, 다시는 아예 시도조차 하려하지 않았다.이제저 구덩이 속으로 내 몸뚱이도 같이 밀어넣어.내 잘못이 아니라고, 대량사육의씨스템 문제라고,언제까지 그것을 직접 종사하는 이들만의 문제로 미룰 수있겠는지. 결국 나의 소비가 그 씨스템을 유지하게 하고 있는 것을.그렇담 유기축산의한살림이니 생협이니 하는 곳에서 파는것만 먹는다 하면거기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기는 하게 될까.거기까지는 잘 모르겠다, 암만 그렇다 한들. 더는 이 아우성을 응시하고도명쾌한답을 찾지 못했다는 까닭으로 계속회피하고 싶지는 않아. 없어 못먹어 그렇지 고기반찬, 고기안주를 내가얼마나 좋아하는데. 김치찌개에 숭숭 썰어넣은 그 물컹한 것들은 또 얼마나 좋아해. 아니, 딱히 입에 넣고 씹는 그것이 아니더라도 오붓이 둘러앉은 자리에서 지글지글 굽고, 뒤집고, 끓이고, 익히는 그 분위기를 얼마나 좋아했는데.그 때의 소리며 냄새, 행위들 그 자체를. 그러나 아무래도 안 되겠다, 더는 그러지를 못하겠다. 저 구덩이 안으로 내 몸뚱이를 함께 밀어넣어, 그리고 그것들과 함께 파묻힌 채로 몸을 비틀어 아우성. 저 애들이 저토록이나 우렁차게 울어대는 걸 직접 보기는 처음이야, 처절하다 못해 어떤 장엄이 느껴질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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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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