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

감자로그 2014. 6. 22. 06:35

 
1. 앞으로 넉 달, 널 만나기까지.


 한 달에 한 번, 출산센터에 가서 감자를 만나는 일. 어느덧 감자는 달래 뱃속에서 여섯 달을 지나고 있다. 지난 달 눈코입 얼굴 윤곽을 보게 되었을 때만 해도 그지없이 신기하였는데, 이번에는 입술 모양새에 귀가 접힌 모양도, 조물락거리며 주먹을 쥐락펴락하는 모습까지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반가워, 감자야. 그렇게 몸을 굴리며 엄마 배를 발로 차고 있었구나. 앞으로 넉 달, 널 만나기까지.

 이번엔 초음파로 비춰지는 아기 모습을 들여다보는 것 말고, 간단한 진료와 상담 말고, 오후 네 시간은 자연출산에 대한 교육이 있었다. 이미 몇 권의 책을 공부하듯 보아오고 있었기에, 오리엔테이션에 다름아닐 그 교육을 굳이 가야 할까 싶기도 했지만, 기왕에 비행기를 타고 올라갔으니 착한 신입생처럼 시키는 거는 다 참여하기로. 그런데 막상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나니, 그러길 참 잘했다 싶어. 그래, 무언가를 배운다는 건, 그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거둬내는 일인지 모른다. 



2. 새벽녘, 책상 위에 놓여있는.


 감자를 뱃속에 키우면서 달래가 써오기 시작했다는 일기장. 아직 아기를 낳아 키우는 건 아니니 육아일기는 아니겠고, 그럼 이걸 출산일기라 해야 하나 아님, 잉태일기라거나 태교일기라 하는 게 어울리겠는지. 암튼 어제는 한 달도 더 지나 영월 집에 들어온 날이었고, 긴 여정에 지쳐 일찌감치 쓰러져 잠이 들어. 그러다가는 새벽녘에 잠이 깨어, 달래를 깨우지 않으려 까치발을 하고 건넌방엘 드니, 달래가 써오고 있다던 감자일기가 책상 위에 놓여있다. 


 
 




 요즘 들어 간밤에 전화를 걸면, 목소리가 끊기며 울음을 들이키던 일이 잦았다. 그저 한 마디, 혼자 있어서 그런가봐, 나도 몰라 눈물이 나……. 달래는 이렇게 홀로 감자를 품어안고 여섯 달을.   

 

 
 감자야, 그나마 네가 엄마를 행복하게 해주고 있었네. 아빠는 빵점짜리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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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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