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 준비

굴 속의 시간 2010. 3. 3. 22:38

답사 준비

강의를 하면서 교수님은 늘 현장 답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곤 하는데, 선뜻 다니지를 못하고 있다. 지금이야 나름 시간이 자유롭다 할 수 있겠지만, 수업을 따라가기에도 벅차 오히려 꼼짝을 할 수 없다. 꼬박 일주일을 다 매달려봐야 그 주말에 배운 것을 반도 채 따라가질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면서도 어차피 노는 거 아니고 공부가 될 테니 활짝 바깥으로 다녀오고 싶다 하다가도 막상 움직일 수 없는 것은 답사라는 것은 언제나 그렇듯 사전조사가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준비없이 갔다가는 그저 관광객 밖에 될 수 없어. 무엇을 봐야 하는지, 무얼 확인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느 구석을 뜯어봐야 하는지를 미리 파악하지 못하고서는 말짱 헛걸음이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건물마다 그 건물의 당대 일반적 특징과 당대의 건축양식에서 벗어난 그것만의 특별한 양식, 그 건물의 건축 목적이나 용도, 건립 배경 따위에서 발생하게 된 구조적, 의장적 특징을 미리 살핀다는 것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게다가 어디를 한 번 다녀오려 해도 그 지역 일대의 건축물들을 묶어서 보고 와야겠다 생각하니 또한쉽게 움직이게되지를 않는 것이다.그래야 그 일대 건축물에 대한 도면집을 들고 며칠이라도 머물면서 하나하나 뜯어보고 맞춰보고 하겠다 싶은데 그렇게 준비가 되기까지가 쉽지가 않은 것이다.

이것 참 어찌해야 하나, 이러기도 저러기도 쉽지가 않은데, 그래도이번 주말 강의를 듣고 나면 하루정도나마 서울지역 답사를 하고와야겠다 생각이다. 솔직히 이렇게 도면과 자료파일들에만 파묻혀 뒤적이는 것도 지겹고. 어찌됐건 좀 다니고 싶은 것이다.서울에만 해도 꼭 보아야 하는 중요 건축물이 한둘이 아니야. 불에 타 없어진 숭례문부터 흥인문에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종묘와 동묘, 사직에 환구단까지. 게다가 각 궁마다 건물이 어디 한둘이던가? 아마 궁 하나만 제대로 보려해도 하루가 모자랄 텐데……. 건축물말고도 논술 문제로 꼭 한 번씩 나온다는 성곽까지 살피자면 서울성곽만 해도 이게 며칠짜리가 될지 알 수 없다. 아마 근래에 들어 성곽에 대한 연구성과들이 많이 나오면서 주요 논술문제로 성곽에 대한 것이 계속 나오고 있다던데, 그 또한 쉽지 않은 것들이다. 성곽이라는 것이 워낙 여러 대에 거치며 쌓고, 다시 쌓고, 구간을 늘이고, 어느 곳은 자연석으로 쌓고, 또 어디는 면석을 다듬어 쌓고, 퇴물림으로 쌓았다가 경사쌓기를 했다가, 그렇게 한 번 쌓은 곳에 양식을 바꾸어 다시 쌓기를 되풀이하기 때문에 서울성곽이라는 것 하나만 해도 양식이라는 것이 일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대사회 때부터 있어온 몽촌토성이니 풍납토성이니 하는 곳들은 또 어떤가? 청동기 시대를 거치고, 삼국시대를 거칠 때마다 그 지역을 차지한 이들이라면 그곳에 생활을 했으니 거기에서 나오는 문화층만 해도 몇 겹으로 봐야 하는 것이니……. 으아, 다시 또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이다. @@

그러나 어쨌건 이번 주말에는 하루가 될지 이틀이 될지 더 머물면서 몇 곳이나마 찾아다니다 오려 한다. 답사를 하고 싶은 건지, 그걸 핑계삼아 바람 좀 쏘이고 싶은 건지 아무튼 그렇다.이렇게 마음을 먹고났더니 풋,이것도 나들이라고 나름 괜히 설렌다. 하긴 그동안 정말 바깥 바람이라고는 수업 들으러오간 것말고는 제대로 어디 한 번 다녀보지를 못했으니. 그래봐야 혼자 도면 가방 짊어지고 어리어리하게 다닐 모습이 딱 그려지긴 하지만. 그래놓고 들떠 여기저기 홈페이지들부터 한 번 찾아가 봤더니 어라? 이런 게 있다.

요 며칠 비가 올듯 말듯 찌푸렸다, 내렸다가 을씨년스레 바람이 일기도 하고 그랬는데 다음 주만큼은 봄볕이 좋으면 좋겠다.따스한 햇살이라면 창덕궁 후원에 앉아 꾸벅꾸벅졸아도 좋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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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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