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이공

을들의 투표 2

냉이로그 2015. 10. 24. 10:39

 

 

 억새가 좋다는 제주의 가을. 날은 얼마나 좋은지, 여기저기 오름을 뒤덮은 억새밭 사진을 보면서 어디로든 뛰쳐나가고 싶기만 한 계절. 몇 번이나 오늘은 땡땡이를, 내일은 땡땡이를! 마음 먹어보지만, 최근 감자 돌맞이 육지 나들이 때 가게를 길게 닫아놓기도 하고 그래서 툭하면 문닫는 카페가 되어버릴까봐, 쉽사리 땡땡이를 감행하지 못하고 있어 ㅠㅠ 게다가 카페 앞에 버젓이 <국민투표소> 간판을 내걸고 있으니, 아무리 인적이 듬물어 초라하고 보잘 것 없다 해도 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비록 투표하고 가는 사람이 하루에 몇 되지 않지만 저 하늘, 바람, 햇살이 내려다보고 있어. 약속이란 건 그런 거.

 

 그래도 이렇게 카페를 찾는 이들이 투표에 참여하고 있어.  

 

 

 캠핑을 하러 소길에 들어왔다는 어느 가족. 캠핑장에 올라가기 전 간단히 저녁을 먹으러 카페에 들렀다가 아빠와 아이들이 함께 투표함 포토타임을 ^ ^ 이날은 왠일인지 손님이 많아, 손에 물을 닦을 틈도 없이 주방에만 있느라 유인물을 건네거나 투표 참여에 대한 얘기를 할 새도 없었는데, 아무런 소개나 설명이 없이도 아이들 아빠가 선거인 명부에 서명을 하고 투표에 참여해, 더욱 좋았던.   

 

 

 

 

 

 오늘은 선흘에 사는 친구네, 민과 경이 카페 문을 열고 들어왔네. 하루하나 프리마켓이 열리는 날이라며 바로 옆 마을에 왔다가 감자에게 돌 선물을 전하러 들른 길. (요즘은 다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로 소식을 전하거나 정보를 올리고 그러니, 그런 거를 하지 않아서 친구네가 와 있는 것도 모르고 있었어 ㅠㅠ)   

 

 그래서 민이랑 경도 멋지게 투표 인증샷을 ^ ^   

 

 

 

 

 

 아, 그러고보니 엄마아빠가 아직 투표를 하지 않았구나. 엄마아빠도 감자랑 함께 투표를.

 

 감자야, 엄마도 한 표를 찍었어. 우리 감자가 살아갈 세상이, 아무렇게나 일을 시키다 잘라버리는, 일을 시켜놓고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일하는 사람의 꿈과 희망, 감정까지 통제해 자기들 멋대로 부려먹는, 그런 세상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

 

 

 

 그럼 이젠 아빠하고도 같이 한 표!

 

 이렇게 도장을 꾹 찍었어. 노동자, 청년, 서민들의 요구안인 <해고요건 강화>>, <최저임금 1만원>, <상시업무 정규직화>, <파견노동 근절>.

 

   

 

 

 

 아, 오늘 아침 인터넷 기사를 보다가 달래랑 같이 대~~~~박!!을 외친 게 있었어. 10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서귀포 자구리공원에서 열린다는 뮤페 소식. 라인업에 오른 뮤지션들을 보니 마흔여섯이나 되는 팀들이 그 어느 이름 하나만으로도 달려가고 싶어질 그런 빵빵한. 이야아아, 마지막 날에는 선경 이모야 공연도 있구나, 시와 이모야도 내려온다. 그리고 아직 공연은 보지 못했지만, 요즘 아빠가 카페에서 계속 듣곤 하는 아솔 이모도, 이아립도, 언젠가 공연장에서 보고 한 눈에 반해 버린 술탄오브더디스코도, 그리고 또, 또, 또. 그리고 그 전날에는 푸른곰팡이의 조동희, 오소영, 소희가 한 무대에. 으아아아, 그리고 크라잉넛까지. (게다가 이 사흘 밤낮의 이 모든 공연이 모두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