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이 제주에 다녀가면서 새별오름엘 가보고 싶다 하기에 함께 올라. 란 덕분에 우리야말로 눈호강을 제대로. 막달을 지나고 있는 달래는, 그 길을 오르는 걸음이 쉽지 않아. 그런데도 저 아름다운 풍경으로 그 힘겨움을 이겨낼 수 있었을까. 게다가 그날은 먼바다로 태풍이 가까워져 풍랑주의까지 있었다 했으니 미친듯 불어대는 바람에, 그야말로 억새들이 장관을.
제주에 처음 내려왔을 때 돌돌이 누이가 첫번째로 손꼽으며 얘기해주던 곳. 여기를 왜 이제야 찾았을까. 꼭대기에 올라서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탄성만 질러. 그 꼭대기에선 사면으로 빙그르르 어디로나 열려 있어. 몸을 돌릴 때마다 바다가 펼쳐졌고, 백록담이 가까이 보였고, 넘어가는 해가 눈부셔. 바람은 한껏 불었고, 우리는 맘껏 웃었다.
감자는 점점 아래로, 달래는 점점 움직임이 힘겨웁다지만, 그러나 날은 너무도 좋아. 이날은 절물에 들어 하늘까지 쭉쭉 뻗은 삼나무숲길을 걸었고, 절물오름엘 올랐다. 말그대로 만삭, 억지로 몸을 움직여 의무적으로 운동을 하거나 걷기를 하려 했다면 아마 하기 어려웠을 거. 그러나 자꾸만 어디라도 가게 된다. 숲을 걷게 되고, 제법 가파른 언덕의 오름을 오르기까지 해. 아, 고마워라. 산아나무야바다야하늘아감자야감자엄마달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