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로그

2월의 전쟁들

냉이로그 2007. 3. 3. 04:51

이라크 전쟁과 한국군 파병 관련 기사(2007. 2. 6~ 2007. 3. 1)들, 그리고 이란 정세 관련 기사들을 읽고.

기사를 찾아 읽는 일은 막막하기만 했다. 모아 놓은 것들의 제목들만 훑어도 숨이 막힐 듯 암담하기만 한 소식들, 게다가 또 한 편에서는 이란을 침공하려는 긴장 또한 드높아지고 있었고, 아프가니스탄에 파병한 한국군 윤장호 병사의 슬픈 일이 있고부터는 이라크, 이란, 아프가니스탄 어디 할 것 없이 침통한 소식들이 쏟아졌다.


이라크의 죽음은 계속되고 있다. 엊그제 살람 아저씨가 양양의 어린이들을 만난 자리에서 처음 꺼내며 “나는 늘 이라크 이야기를 하면 좋지 않은 것들 밖에 말할 수가 없어요. 나도 어린이들을 만나 밝고 즐거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데, 내 머릿속에는 언제나 무섭고 끔찍한 일들만이 있기 때문이에요……” 말하던 것처럼, 이라크의 소식을 살피는 기사들은 하나 같이 아프고 고통스러운 이야기들 뿐이다. 지난 한 달 사이에도 차량 폭탄이 계속해서 터졌고, 자살 공격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점령군의 헬기들이 고꾸라졌고, ‘소탕작전’이라는 이름 아래 무차별 학살이 멈추지 않았다. 가족을 잃거나 집을 잃은 난민들은 끝없이 이어져 전쟁이 시작한지 400만, 지난 달에만 100만이 넘는 이들이 살 곳을 찾아 헤매이고 있고, 겨우 살 곳을 마련해 바그다드로 찾아간 이들에게는 강제 퇴거 명령마저 내려졌다.


쇼루주 시장에서 폭탄이 터져 30~40명이 죽었다. 같은 날 알-샤르키 시장에서 비닐봉지에 담긴 폭탄이 터져 아홉 명이 죽었다. 그리고 엿새 뒤 뉴바그다드의 한 시장에서 자동차 석 대가 폭발하면서 63명이 죽었다. 폭탄이 터졌다, 죽었다, 폭발이 있었다, 죽었다, 죽었다, 죽었다…… 폭탄이 터졌다, 터졌다, 죽었다, 다쳤다……. 쇼루주 시장, 그곳은 이라크로 들어가던 첫날을 보낸 곳이었다.누구를 만나거나서툴게 인사를 건네면 “살렘 알레이쿰!” 하며 환하게 웃어 화답을 해 주던 시장 사람들, 그리고 우리를 따르던 아이들. 그 맑고 선한 얼굴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죽었다. 몸 어딘가가 잘려 나가고, 피투성이 아우성이 되었다. 뉴바그다드의 마을에서 눈길을 나누던 사람들, 사람들…….


영국에서는 3년 전 미군 병사가 쏜 미사일로 영국 병사가 죽은 일이 탄로나면서 더는 반전 여론을 이기지 못하고 본격으로 감군을 시작했다. 덴마크에서도 완전 철군, 리투아니아도 철군을 계획. 미국에서도 하원에서는 압도적인 표차로 미군 증파안을 거부하고 있지만, 전쟁을 주도하고 있는 자들은 여전히 더욱 강력한 작전만을 고집하고 있다.


쪼갠다, 쪼갠다 하더니 드디어 이라크를 시아, 수니, 쿠르드로 쪼개어 놓는 ‘석유법’이 통과되었다. 석유 매장량이 많은 시아(남부)와 쿠르드(북부) 사이에서 석유가 거의 없는 수니(중서부)를 고립시키는 방식의 분할 정책을 쓸 것이라는 예상하고는 다르게, 매장 지역과 상관 없이 인구 수에 비례해 수입을 나누는 수정 법안을 만들어 통과시켰다고는 하지만, 그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히려 그러한 법안은 그 어느 지역 종파든 석유 자본에 의존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통과된 ‘석유법’은 말 그대로 이라크의 법이 아니라 ‘미국의 법’이기 때문이다. 그 법안의 속살에는 외국자본이 석유 개발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도록 보장이 되어 있다. 애초 이 법안은 초안을 만들면서 석유 메이저들에게 돌릴 때에도 이라크 의원들에게는 보여주지조차 않았고, 처음부터 아랍어가 아닌 영어로 작성된 것이었다. 마치 한미 FTA 협상 초기 문서들을 영어로만 만든 것처럼……. 군사 침략은 정확하게도 자본 약탈로 이어진다. 그들이 원하는 ‘이라크의 안정화’란 그 땅 밑에 고여 있는 석유에 더욱 안전하게 빨대를 꽂고 싶다는 바람을 둘러댄 것 뿐이었다.


이라크 둘레 나라들을 오가며 그곳 가까이 현지 소식을 전해주고 있는 한상진 씨가 새로 보내온 글에는 미국 평화운동가들이 시리아로 피난 나온 이라크인들의 목소리를 받아적은 것이 소개되어 있었다. 누군가는 연극을 좋아하던 이였고, 누군가는 식구들과 함께 소풍 다니기를 좋아하던, 또 누군가는 이발사로 살아가던, 조그만 가게를 하며 살아가던, 길에서 담배를 팔던, 바그다드라는 도시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여기던, 평범한 일상과 소박한 꿈을 지닌 이들의 사연들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하나같이 절망으로 가득했다. 남편과 자식을 눈앞에서 잃는 것을 보고 떠나갔고, 딸들이 무장괴한에게 강간을 당한 뒤 죽임을 당한 뒤 아내마저 그 일을 겪게 할 수 없어 떠나갔다. 대문 앞에 놓인 무시무시한 협박 편지에 친구가 죽임을 당하는 것을 보고 몸을 피해 있다 떠나갔고, 지옥 같은 그곳에서 날마다 죽어가는 이들을 보며 떠나갔다. 그이들의 평범한 일상과 소박한 꿈이 얼마나 지독하고 비참한 날들로 이어져가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전하는 목소리들이었다. 그래, 엊그제 만나 살람 아저씨에게 전해들은 이야기 또한…….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미군 점령에 저항하는 탈레반의 ‘봄 공세’가 시작될 거라 했던가, 이란 가까이에는 벌써 미국의 항공모함 두 척과 페트리어트 미사일이 배치되고 있다 하고, 윤장호 병사는 안타까운 주검이 되어 돌아왔다. 그렇게 전쟁은 점점 더 빠르고 더 거세게 내 몸 곳곳으로 뻗어가고만 있다, 우리 몸 곳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