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학교 일기 40] 선자 서까래를 거는 일
선자 서까래를 거는 일 / 5월 10일, 11일
어제 오늘 이틀을 선자 서까래만 걸고 있다. 체육대회를 하느라 하루 제낀 그저께는 말고, 그그저께까지 하면 사흘째 선자 서까래를 걸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까지 건 것이 처마 네 귀퉁이의 여덟 방향에서 조마다 넷이나 다섯 장씩. 초장 선자 서까래부터 해서 그 다음 1번 선자 서까래, 2번, 3번…… 해서 8번 선자 서까래에 막장 선자 서까래까지 한 방향마다 모두 열 장이 들어가야 하는데 오늘까지 3번이나 4번까지 올렸다는 얘기다. 그러니 아직 반도 걸지 못했다는 얘기. 물론 초장 걸기가 오래 걸려 거의 하루를 잡아먹었고, 그 뒤에도 우왕좌왕 무얼 어떻게 할지 몰라 교수님 하는 것만 구경하면서 우르르 몰려다닌 시간에 시행착오를 겪으며 보낸 시간이 많아 그러긴 했지만 정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었다. 어디에 가 한옥 짓는 목수라 하면 선자 서까래를 걸어봤는지, 혼자 걸 수 있는지를 물어 어느 정도 되는 목수인가를 가늠한다 하더니 과연 그러할 만하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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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일할 때 찍어준 사진이네. 걸어 놓은 서까래와 개판 위에 옆 방 형이랑 동생이랑 같이 앉아서 조금 농땡이를 피우던 때.
그저께 일을 마치고 교육생들끼리 토론을 나눠 일 체제를 가다듬고 나니 일하는 게 훨씬 나아졌다. 그 날 바깥에서 이야기 나눈 것으로는 의견이 모아지지 않았지만 그 뒤 조장들끼리 모여 다시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래서 결정한 것이 앞으로는 우왕좌왕하거나 우르르 몰리면 일이 더디게 될 뿐이니 작업할 곳 위에는 꼭 일을 할 사람들만 올라가기로 한 것이다. 추녀 네 귀퉁이 여덟 방향에 한 방향 세 사람 정도씩. 그렇게 되면 여덟 자리에 세 사람 해서 스물 네 명 정도가 올라가게 되니 그 세 사람이 선자 서까래 한 장을 걸고 나면 아래에서 준비하고 있던 나머지 사람들이 교대해 올라가 그 다음 번 것을 거는 것으로 말이다. 그렇게 해 일 잘하는 사람 몇만 일을 해 나머지는 구경꾼 노릇만 하게 되는 일도 없게 하고, 저마다 더 책임 있고 효율적으로 일을 하게 하자는 거였다. 그런데 문제는 작업조가 모두 열인데 일은 여덟으로 나뉘어 있으니 어떻게든 조를 다시 짜야 했고, 그것은 조장들이 제비뽑기를 해 이번 일을 할 동안만 두 조의 조원들이 다른 조로 나뉘어 들어가기를 했다. 그 두 조에 내가 속한 조도 걸리게 되었고, 그래 우리 조 조원들은 뿔뿔이 흩어져 다른 어느 조로 들어가 같이 일을 하게 되었다. 나는 1조로.
그렇게 해 일하는 시스템도 다시 갖추고, 일하는 방법도 어느 정도 익숙하게 되니 첫 날보다는 꽤 빠른 속도로 일을 하게 되었고(빨라졌다 해야 오늘 하루 많이 한 조가 두 장 건 거였지만), 과정 하나하나에 대해서도 가까이 배워 알게 되는 것 같았다. 선자 서까래를 걸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미리 치수에 맞게 잘라 깎아 놓은 선자 서까래를 가져가 그것이 들어갈 자리에 대어 보는 것이다. 그렇게 해 그 안에 들어갈 만큼 자리를 잡아 치수를 다시 재는 것인데, 무엇보다 이것이 쉽지 않다. 이 때 대어 보면 종도리에 닿는 부분과 추녀의 갈모산방 위, 그리고 평고대 밑으로 고르게 닿아야 하는데 그 어느 부분이 맞지 않는다. 그러면 어느 부분이 뜨는지, 어느 부분을 더 깎아내야 하는지를 찾아 치수를 재고 대패질을 하는 것. 지난번에도 적어 놓은 것처럼 통과 내치 끝 부분이 1:2가 되는 것을 기억해 더 나온 부분, 깎아야 할 부분을 찾아 먹선을 놓고 깎아 낸다. 이 때 치수를 잡으면서 주의할 것은 선자 서까래가 해 나가는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도록 갈모산방과 닿는 밑면이 다 닿게 하는 것이 까다로운데 오늘만 해도 그것을 잘못 해 못질까지 다한 것을 뜯어내는 일이 더러 있곤 했다. 위에 틈이 벌어지는 일이 있다 해도 아랫부분은 꼭 맞을 수 있게, 선자 서까래 자체가 수직이 되어 설 수 있게 맞추는 것은 쉽게 놓칠 수 있는, 까다롭고도 중요한 문제였다. 또 하나 이것을 깎을 때 교수님이 강조한 것은 내치 양쪽 면에 혹시 배가 부른지를 확인해 배가 나오지 않도록 깎아내라는 것. 그런 뒤에는 들어앉을 자리 치수에 맞춰 깎아내고, 갈모산방과 닿는 통 바깥 부분에 곡을 주어 끌로 다듬은 뒤, 평고대 바깥으로 나오는 외치 부분을 잘라내고, 자른 단면을 다섯 치 도랭이에 맞춰 깎고, 내치 아랫면이 되는 곳 양쪽 귀를 접으면 할 일은 다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해 놓은 뒤 못과 연정을 박아 움직이지 않게 고정시키면 다 되는 일. 아, 혹시라도 못이 바깥으로 삐져나오지 않게 하는 것도 주의를 해야 하는 일이다.
배워 일하던 것을 떠올려 글로 적어 보니 대충 다 알게 된 듯싶기는 한데 이게 막상 해 보면 그렇지가 않다. 어째했건 가장 중요한 일은 들어갈 자리에 맞춰 정확히 치수를 재는 일. 실제로 어제 오늘 사이에만 해도 일을 잘한다 하는 분이 있는 조들에서도 몇 번이나 커다란 실수가 나오곤 했다. 한 번은 아예 너무 깎아내어 모양이 나오지 않을 정도가 되어 버리게 되거나, 또 한 번은 수직이 되게 들어가게 치수를 재지 않아 선자 서까래를 비뚤게 올려놓아 다시 뜯어 놓고 처음부터 해야 하거나, 아랫부분 귀 접는 일을 하지 않아 밑에서 올라가 그 부분을 다시 다듬어야 하거나, 평고대 바깥으로 나가는 외치 부분을 미리 잘라내지 않아 그 밑으로 들어가 어렵게 톱질을 해 잘라야 했거나……. 휴우, 어렵기는 어려운 일이다. 글쎄 오늘 일한 속도로 한다 해도 앞으로 사흘은 더 걸려야 막장까지 다 올릴 수 있으려나. 지금 우리야 쉰 명 넘는 사람들이 여덟 개 조로 나뉘어 네 귀퉁이 여덟 방향에서 동시에 일을 하고 있는데도 이리 오래 걸리는데 실제 목수 몇 사람이 집을 지을 때는 정말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겠구나 싶다. 서툴고 더딘 우리보다야 빨리 일을 하기야 하겠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하나하나 재가면서 올려야 하는 일이니 오죽하겠나. 한옥 짓기에서 가장 어렵다는 선자 서까래 얹는 일, 벌써 며칠 째 그걸 배워 일을 하고 있다. 잘 되지는 않지, 그러니 일은 더 더디기만 하지, 이 같은 것을 계속 되풀이 해 해야 하지 솔직히 답답하고 신이 안 나 지루하기도 하지만 중요하고 어려운 것일수록 힘들이지 않고 배울 수 있는 건 없을 테니.
거위의 꿈 / 인순이 (예전, 벌써 십 년 전 김동률하고 패닉의 이적이 카니발이라는 듀엣을 이뤄 프로젝트 앨범으로 낸 것에 들어 있던 노래, 며칠 전인가 그 노래를 인순이가 리메이크해 부르는 걸 듣고는 깜짝 놀랐다. 카니발이 부른 그 노래도 참 좋아했지만 인순이가 부르니 그 느낌이 얼마나 다르던지.)
일을 마치고 나서 우체국에 나갔다 오면서 오십천 흐르는 어느 다리 밑엘 들렀다. 까닭도 뜻도 없이 우울해지거나 혼자 있고 싶어질 때가 온 거였겠지. 하긴 그게 두 달이 넘어 이제야 온 게 외려 이상한 일. 오리 한 마리 날아가는 걸 보는데, 저 무거워 보이는 엉덩이, 그 날갯짓으로는 이내 떨어질 것만 같아……. 정말 온 힘을 다해 날더라. 힘내라, 오리야. 한참을 그렇게 물가에 앉아 있다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