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일기] 함마질
[목수일기] 함마질
기둥 열 개가 섰다. 기둥과 기둥 사이로 도리와 같은 굵기의 장혀가 열 개 올라갔고, 그 위로 도리가 그 숫자만큼 올라갔다. 대들보 두 개를 올렸고, 떡보와 지네발, 오량도리를 올렸다. 오함마를 잡고 기둥 사이 도리 위에서 그것들을 내려치는 일이 처음에는 겁이 나기도 했지만, 한두 번 하면서 요령이 붙고 자신이 생겼다. 함마질이라는 거 솔직히 한 번도 해본 일이 없어. 목수학교 다닐 때는 학생이 워낙 많은 데다 많이 때려본 사람들이 있어 언제나 함마질이나 메질은 잘하는 이들이 맡아 하다시피 했으니 잡아볼 기회가 없었다. 자루 끝 그겁나는 쇳덩이에몸무게를 다 실어 휘두르는 것은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쿵, 쿵 울리곤 했다. 거의 하루종일 그것을 휘둘렀다. 그냥 들고 서 있기에도 무거운 그것을, 그것도 맨 땅 위에서가 아니라 아홉자 높이 기둥 위에서, 그리고 그기둥사이로 건 도리와 대들보를 타고 그것을 휘둘러 내려쳤다.온몸의 힘을 다 실어 자루를 휘둘러야 해,쇠뭉치 끝이 닿는 타점에서 그 힘이 다 터뜨려질 수 있도록. 어랏차, 으랏차! 쿵, 쿵, 쿵, 쿵……. 정말 원없이 함마질을 했다. 무엇이라도 다 깨뜨려버릴 수 있을 것만 같아, 저 거대한, 지극지긋한그것들과 그리고 내안에서 아주 깨부숴뜨리고만 싶은 그 어떤 것들까지 다. 쿵, 쿵, 쿵, 쿵.치목해 놓은 대들보며장혀, 도리 들을 크레인이 들어올려그것을 옮겨 오는 모습은 정말 장관,기다란 크레인 팔뚝에줄로 묶어 대롱대롱 매달려 오는그것들을 기둥 위에서 타고 받아 장부를맞춰 자리를 잡는다.약간씩 빡빡하게 낑궈지게 치목이 되어 있어 눈으로 봐서는 도무지 맞춰 끼울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그러니양쪽 끝을메질을 해 쳐넣어야 하는 것.이 일이 쉽지 않지만 오히려 이렇게 힘들게 끼워 넣은 것일 수록 더 단단히 물려아주 튼튼하게 서 있을 것이다. 아, 정말 떡보 위에 올라섰을 때는 집을 다짓기라도 한 것처럼기쁘고 뿌듯해.
함께 걸을까 / 이적
신기하지. 일찍 잠드는 버릇을 들이지 못해, 아니 밤이면 술 안 먹기를 할 줄을 몰라 며칠 째 날마다 새벽 한 시, 두 시가 되도록 술을 먹다 잠들곤 했다. 그런데도 아침이 되면 여섯 시 반 벌떡벌떡 일어나게 되네. 잠을 못잤다거나 지난 밤 마신 술 때문에 피곤하다거나 힘들다 하는 기분 같은 것도 없어. 아주 즐겁게, 기쁘게 일을 하고 있다. 그러니 손은 남의 손처럼 퉁퉁 붓고, 새벽에 종아리에 쥐가 올라 쩔쩔매는 일이 있곤 하지만 일을 할 때는 힘든 줄을 모르고 일을 한다. 정말 얼마나 고마운 줄 몰라. 이 집을 짓는 일에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집 짓는 일을 배워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