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로그

[목수일기] 긴장

냉이로그 2008. 3. 14. 16:02

[목수일기] 긴장

큰 어르신은 벌써부터 입술이 세 군데나 터져 딱지가 앉았다. 기둥과 보, 도리 조립을 하기 전까지는 자다가도 몇 번씩 벌떡벌떡 깨어날 정도로 온갖 신경을 쓰게 되어 그렇다 하셨지. 화요일이였구나, 그 날 아침에는 어르신이 그러셨다. "어유, 하루 정도는 쉬었다 일을 해야지 안되겠어. 어젯밤에도 얼마나 아픈지 끙끙 앓았어." 일할 때를 보면칠십 다된 할아버지인데도 함마질이나 망치질을 하는 힘이 나보다 더 세어 보이니말씀을 안 하셨다면 그렇게아프신 줄을 몰랐을 거야. 암튼 목수 어르신은 하루를 쉬자, 무슨 일이 있어도 내일은 좀 쉬어야겠다 하셨고, 그래서 하루 쉴 날을 생각하는데 일기예보에 그 다음다음 날 전국으로 비가 올 거라 했다 하니 다음 날이 아니라 다다음날로 해서 쉬는 날을 잡기로 했다. 그 날은 비가안 오더라도 무조건 쉬기로. 점심을 먹으며큰 어르신이 말씀하시는데 언제나 집을 지을 때는 기둥을 세워 놓고 나면 몸을 앓게 된다 하셨다. 세우기 전까지는긴장을 놓지 못해 신경을 바짝 세우고 있게 되는데, 기둥을 세우고 도리와 보까지 얹고 나면모든 긴장이 풀어지면서 아프게 된다며 말이다.어느 계산, 치수 하나 잘못 되면 그것은 아주 큰 문제가되기 때문에그렇게 신경이 쓰이신다는 말씀이었지. 하지만 다 세워 짜 맞춰 놓고 나면 적어도 그에 대한걱정은 다 풀리게 되는 것이니. 목수 어르신이기둥을 세우고 나서야 긴장이 풀렸다 한 것처럼 먹통 엉아는 다락 모양이 드러난 걸 본 뒤에야 그 비슷한 심정으로 걱정이 놓였다 했다.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 것, 만들어 놓고 봐야만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것, 게다가 목수 어르신들 내내 마땅치 않아 하시기까지 했으니 더욱걱정일 수밖에 없던 것,다락 모습이 드러난 날, 우리는연장 정리를 한 뒤 바로 그 자리에서 술병을 땄다. 너무나도 기뻐하면서. (아참, 목수 어르신들은 다락에 대해 영 마땅치 않아 하셨는데 막상 다락을들여놓고 나니까 어르신들도 그것이마음에 들고 예쁘신지, 처음에는그 위에 합판을 대던 뭘 하던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다가, 이 좋은 걸 만들어 놓고 왜 합판을 대냐며 이다판 깨끗이 대패질 해서 올려야 보기 좋지 않느냐 하셨다.만들어 놓고 보니까 어르신들 마음에도 기특하고 좋으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