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일기] 상량
[목수일기]상량
이틀을 쉬었다. 강행군 끝에 어제는 목수 어르신들과 함께 날을 봐 쉬기로 한 거였고, 막상 쉬기로 한 날에는 비가 오지 않더니 어제 저녁부터 비가 내려 오늘 하루 더 쉬었다. 쉬는데 쉬는 것 같지를 않아. 그 고단한 속에서도 날마다 약이라 하며 술을 쉬지 않았지, 게다가 쉬기로 한 날을 믿고선 어제 그제는 걷다 뒤로 자빠지더라는 소리를 나중에 들을 정도로 끊어지도록 마셨어. 오늘 씻다가 거울로 등을 보니 어쩐지 등에 상처가 있네, 푸하. 차라리 일을 했더라면 여기저기 쑤시고 아프고, 몸이 축 처지고 하지는 않을 것 같아. 어느새 일에, 술에 그렇게 중독이 되어버렸나. 몰라, 어제는 반품은 잠으로 보냈고, 또 반품은 먹통 엉아랑 같이 양양 공구상에 나가 대패 조기 틀어진 것을 바로 잡고, 못주머니 허리띠랑 그라인더 하나를 사 들어왔다. 오늘도 하루종일 맥없이 눈이 반쯤 감겨 있기만 했어. 지금도 자꾸만 눈이 감길라 하네. 더 미룰 수 없는 원고 하나 마무리해 보낼 것이 있는데 이렇게 쉴 수 있는 날 그것도 해 놓아야 하는데 말이지. 내일은아침에 제재소에서 서까래 재목을 보내준다 했다. 단연에 장연, 덧서까래까지 해서 모두 이백열여덟 개라 했나, 내일부터는 미친듯이 서까래를 다듬어야겠지. 모레는 상량식을 하기로 했어. 마리아 선생님은 상량식에 무얼 준비해야 하느냐, 돼지머리를 놓네 마네, 여기에서는 돼지머리가 아니라 문어를 올리면 좋네, 광목 한 필을 준비하고, 마을 분들과 나눌 떡을 준비하고, 또 상량문에는 뭐라고 써야할지……. 상량식을 하면 목수들은그날 하루 연장을 모두 내려 놓는다. 그러니 어르신들 말씀이 상량식을 하려거든 오전에 하지 말고 오후에 하라고, 오전에 하믄 집 주인이 손해를 보니 오후에 하라고. 상량식은 목수들의 날이다. 이야, 목수가 되어처음 짓는 살림집의 상량이 내일 모레구나, 생각하면 그저고맙고 벅찰뿐이다.집짓는 일을 내가 할 수 있게 된 것이, 이 집을 나도 함께 짓고 있다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