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
천장에 여러 식구 살고 있는 거야 벌써 알고 있었다.
밤에 자려 불을 끄면 무슨 얘기들을 그리 하는지 여기서 찍찍, 저기서 삑삑.
그냥 부스럭부스럭 드그락드그락 하는 소리들은 어찌어찌 참겠지만
찍찍 삑삑 소리들은 좀 약이 오르기도 하고 그래.
이씨, 저들끼리만 알아듣는 얘기를 하면서 잠도 못 자게 하고 그래!
자려고 누웠다 일어나 빗자루 같은 걸로 천장을 쿵쿵 치면서
조용히 해, 떠들래면 나가서 떠들어! 해 봤자 소용도 없고.
어떤 때는 아주 달리기 시합을 하기도 해.
천장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두구두구두구두구.
아놔 증말.
그러다 봄이었나?
이 오두막에 살며 부뚜막 옆에서 새앙쥐를 처음 봤을 때,
녀석 역시 내 기척에 기겁을 했는지 꽁지가 빠져라 달아나는데
고 녀석 궁둥이랑 뒷발 분홍빛이 예쁘기도 하더라.
아주 징그러빠지게 커다랗고 시커먼 쥐만은 아니구나,
하고는 그만 포기하고 적당한 선에서 같이 사는 쪽으로 마음을 돌렸다.
하긴 마음을 돌리지 않으면 어쩌겠나, 별 도리도 없는 걸.
기껏 내가 한 거라고는 그 뒤로 부엌에다가는 뭐 먹을 만한 걸 내놓지 않으려 조심.
옛날에 어느 할배는 일부러 쥐야들 먹으라 쌀 몇 톨 발치에 내 주고 잠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거야 그 할배 얘기고, 나는 거까지는 못한다.
이 집 부뚜막 가면먹을 거 있다 소문났다가 온 동네 쥐야들이 다 모여 들면 어쩌나 하는 걱정만.
암튼, 그 뒤로 이 오두막에 쥐야들 몇 식구와 내가 함께 살고 있다는 건 서로가 알았지만
마주칠 일이야 많지 않았다.
그냥 천장에서 부스럭드그락 대는 소리로나 확인을 할 뿐.
아까 실컷 늦잠을 자고 일어나 이불을 접는데 뭔가 꺼먼 것이 후다닥 지나가는 게 보여.
그 때만 해도 발 많이 달린 벌레 같은 게 지나갔나 하고 생각했다.
벌레치고는 덩어리가 좀 크다 싶기도 하고, 뭐가 그리 빠르나 싶으면서.
아직 쥐야가 이 방에 들어온 적은 없었기에
설마 쥐야라고 생각지도 못했고 말이다.
내가 천장과 부엌 부뚜막까지는 내 줄 수 있다구, 하지만 이 방까지 너들이랑 같이 사는 건 너무 하잖어!
그런데 이걸 어째, 바로 내 앉은 옆으로 지나가는 걸 보고야 말았다.
쓰레기통 뚜껑이 뒤집혀 있기에 바로 한다고 툭건들다 그걸 넘어뜨렸더니
그 소리에 놀란소년소녀새앙쥐들이쪽저쪽에서 잰발을 움직이는데,
흐아, 깜짝야!순식간의 일.
저기 옷걸이밑으로 들어갔는데, 언제 다시 나올는지 모르겠다.
다시 이불을 펴고 한잠 더 자야지 하다가
녀석들이 내 몸으로 타고 오르면 어떡하나 하는생각 같은 게 자꾸 떠올라
어쩌지도 못하고 눈치만 보고 있다.
난 몰라, 어엉 엉엉엉엉.
그 동안 한 달 가까이 바깥으로 나도느라 오두막을 비운 사이
얘들이야 사람 없는 방이라 여겨 이리 들어와 지내고 있었는지 모르지.
아니거든요. 이제 나 돌아왔으니그만 여기에선 나가주.
아니면 그렇게 깜짝깜짝 놀라게 튀어나오지 말고
천천히걸어나와 놀래키지나 말든지.
아이구야, 모르겠다.
안 그래도 문틈 여기저기로 황소바람 냉장고 에어컨인데,
니들 나갈 때까정 문 활짝 열어 놓고 있을 거니
그냥 모른 채 하고 나가주라.
내가 볼 때 나가지도 말고,내 안 볼 때 살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