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로그

물난로

냉이로그 2009. 11. 17. 16:44

아침에 깨어날 때까지도 따뜻하다. 아아, 효과가 아주 좋아.자기 전 이불 속에넣을 때만 해도 살에 닿으면 델 것처럼 뜨거워 수건으로 감아놓지만 자다보면 나도 모르게 그것을 품에 안고 있다. 얼마 전 도토리 언니가 알려줘 쓰기 시작한 방법. 잠이 들 무렵이면 물을 끓여 음료수 페트병을 가득 채운다. 말하자면 물난로, 페트병 난로. 어제는 무려 네 통이나 뜨거운 물 페트병을 채워넣고 잠이 들었다. 하하하, 따뜻해라.

아무래도 이 커다란 집에 보일러를 돌리는 게 만만치도 않을 뿐더러 오기 비슷한 것까지 생긴 것이다. 한 번은 그래도 조금씩이라도 때야 할 것 같아 기름 말통을 사다 주유소에 가서 한 말을 받아오기도 했지만 꼴랑 이틀을 돌리니 보일러에 빨간불이 깜빡였다. 씨잉 하는 마음이 들어 그 때부터 그냥 개겨보겠다는 것이 벌써 가을을 지나고 겨울 문턱을 넘어가고 있다. 집에서도 절대 양말은 벗지 않아, 어쩔 때는 두 겹씩. 삼중보온메리 내복을 꺼내입은 건 추석을 쇠고온 다음 날부터. 지금도 이렇게 겨울잠바에 목도리까지 두르고 책상에 앉아 있다. 잘 때는 그래도 얇은 전기장판 하나를 깔아 등짝이야 좀 괜찮은데 콧등으로는 서늘한 바람이 지나다닌다.

요런 얘기를 도토리 언니랑 하다가 들은 게 페트병 얘기. 전에도 들어본 적이 있을 텐데 까맣게 잊고 있었다. 거 왜 군에서 혹한기 훈련을 나가거나 할 때 그래보자고 말로만 떠들어봤거나 아님 어느 추운 날 야영을 하거나 할 때 그런다더라고 들어도 봤던 것 같고 말이다.그런데이걸 정말 하게 될 줄이야, 그것도 집에서. 아무튼 그래서 나는 밤마다 물을 끓이고, 페트병마다 그것을 담는 것에 정성을 기울인다. 지난 해였으면 아궁이 앞에 쪼그려 앉아 불을 붙이고 땔나무를 집어넣으며 가마솥에 물을 채우고 했을 그 일이 이제는 주전자에 물을 끓여 페트병에 채우고 수건으로 감아 이부자리에 넣는 것으로 바뀐 것이다. 일이야 전혀 다르지만 어쨌든 따뜻한 잠자리를 만드느라 정성을 들이기로는 그리 다를 것도 없다.

아, 한 가지 팁을 말한다면 사이다나콜라처럼얇은 페트병은 끓는 물을 붓자마자 바로 우그러져 버린다는 거. 나름 튼튼해 보일 것 같은맥주 페트병도 마찾가지. 그러니까재활용 쓰레기를 버릴 때 잘 구겨지지 않는 두꺼운페트병이라야 좋은 물난로를 만들 수 있다는 말씀. 거 왜 오렌지쥬스나 포도쥬스, 아침햇살 같은 거 먹고난 딱딱한 플라스틱으로 된 것 말이다.


그대는 나무 같아 / 노래만 들었을 땐성인식의 박지윤인 줄을 몰랐네.숨어있던 또 하나의괜찮은 포크 가수를 새로 알게 된 줄만 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