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로그

기타쿠스

냉이로그 2010. 7. 23. 15:53

 찾아서 들으려던 노래는 다른 거긴 했다. 포털을 돌아다니고, 유튜브를 뒤져도 내가 듣고 싶은 그거는 어디 올려져 있는 게 없네. 음반 맨 앞에 있던 곡 <네 안의 소리를 들어봐>. 노랫말은 이렇게 짧다.

가장 필요한 걸

가장 생각이 나는 걸

지금 하고 있는지

O Listen to myself

H. 기타쿠스H. guitarcus

신촌의 어느 마을까페에서 공연한 동영상으로 올라와 있는 게 하나 있기는 한데, 음반에서 듣던 그 느낌은 아니다. 그러나 물론 공연장에서 기타줄을 좀 더 세게, 빠른 템포로 부른 그것도, 이미 음반으로 들어 좋아하던 그 느낌에 겹쳐 듣고 있으면 그 또한 나쁘지는 않으나 내가 듣고 싶은 건 음반에 녹음되어 있는 그, 정말로 내 안의 소리를 들려주게 해주는 것 같은, 그 버전이다.


 작년 여름이었구나. 삼촌, 이거 들어봤어? 하면서 해원이가 가방에서꺼내 선물로 준씨디. 아니, 이건 씨디가 아니라 EP북이라 하는 거라나? 아닌 게 아니라 노랗고 조그만 책이 함께 들어있는 거였다. 그러나 음반 가사집이라기에는 아주 묵직하던.


 질투가 날 만큼 멋지고 예쁜 두 남자. 그 책 안에는 두 남자의 꿈을 적어놓은 글이 있었고, 오랜 기억을 적어놓은 기억이 있었고, 노래를 짓고 부르며 그리워하는 이야기들이 있었다. 그리고 어떤 때는 아내, 두 아이랑 같이 목욕탕에 다녀온 얘기, 비빔국수를 해서 먹는 얘기, 아이와 개집을 만드는 얘기 같은 평화롭고 따뜻한 일상의 일기 따위들.


 글씨를 예쁘게 쓰는 남자가 여기 또 있네, 하면서 읽기 시작한 글들은, 글씨만 예쁜 게 아니. 세상에는 참 예쁜 종자들이 많기도 하구나, 하면서 그 여름내내 그남자의 글씨를,작은 평화를, 노래를 늘 가까이에 두고 지냈다.


 문득 다시 들어보려 음반을 찾아보려니까 갑자기 눈에 보이지가 않아. 그래서 컴퓨터에 들어와 어떻게 하면 들을 수 있을까 검색어에 이렇게도 넣어봤다, 저렇게도 넣어봤다 찾아보는데 정작 내가 가장 듣고 싶은 그 곡 그대로는 없어.


 그러다 들어가보게 된 기타쿠스의 까페. 거기에 피터가 쓴 메모들을 그대로 올려놓기도 했다. 그렇게 올려놓은 메모들에는 솔직히 글로써 좋다기에는 별로지만, 글씨만으로도 충분히 좋으니까. 이 글씨들을 보면서 여기에 있는 글 말고 그 책에서 보던 꿈에 대한 얘기, 기억에 대한 얘기, 목욕탕과 바나나우유, 개집, 비빔국수가 나오던 그 글들을 떠올리고 있으니까. 이 글씨에 그 이야기들. 마치 다른 버전의 노래를 찾아 들으면서 기억으로 가지고 있는 그 느낌을 떠올려 듣던 것처럼.

 글씨가 예쁜 이 피터라는 남자는 싱클레어라는 잡지 편집장이기도 하다는데, 솔까 나는 처음 들어보는 거네. 싱클레어,싱클레어…… 데미안, 가물가물. 뭔가 괜찮을 거 같은 느낌이기는 하다. 저 사람이 만든다잖아.

 그래도 열심히 검색하면서 건진 동영상 몇 개가 있으니 주루룩.

<네 안의 소리를 들어봐>, <멀어> 2009.2.9 신촌마을까페 체화당

<노래처럼 like a song>

<보다 사랑해>


 그나저나,아, 구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