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이공

신부님 쪽지

냉이로그 2015. 12. 28. 13:18

 

 카페 유리 현관 아래 틈새로 쪽지 하나가 놓여 있었다.

  

 

가슴이 철렁. 신부님이 다녀가셨구나. 하필이면 문을 닫고 자리를 비운 날 여기까지 오셨다가. 

 

   

닫힌 문 밖에서 잘 써지지도 않는 볼펜으로 쪽지를 적어

문 아래로 밀어넣으셨을 신부님이 떠올라 가슴이 아릿했다.

그 약해진 몸으로 새로운 싸움을 준비하고 계시는 신부님의 목소리.

 

강정 바깥으론, 서귀포에도 잘 나가지 않으신다는 신부님이셨는데,

여기까지 왔다가 그대로 돌아가는 길은 얼마나 쓸쓸했을까.

지팡이를 짚고 돌아서는 그 뒷모습,

검을대로 검어진 얼굴빛에 기리는 그 허전함이

그대로 보이는 것 같아.

 

  지슬이가 보고 싶어요.

 

오늘 저녁에라도 당장 다녀와야겠다.

다른 건 몰라도 지슬이를 안고,

저 남쪽 마을을 외로이 지키고 계신 할아버지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