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이공

을들의 투표 3

냉이로그 2015. 11. 12. 00:31

 

 

 10월 7일 시작하여 11월 12일까지 계획한 을들의 국민투표가 11월 25일로 투표마감을 연했다. 아마도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불이 붙고 있는가봐. 어제 기사를 보니 투표함만 전국으로 2100개 이상 설치되었고, 뒤늦게 더 많은 생활공간으로 설치되고 있다던가.

 

 

 

 난장이공 카페에서는 지난 주 토요일에 이미 받은 투표용지가 다 나가. 그래서 오늘 아침 투표함을 봉하고, 선거인명부와 투표소 기자재들을 상자에 담아 택배로 보내.

 

 조용한 마을의 조그만 카페 한 가운데에 투표소를 설치해 놓았으니, 가끔 들러주곤 하는 마을 분들은 아주 낯설어하기도 했어. 그러나 이 투표소가 있었기에, 카페에서 만나는 사람들과는 통 나누지 않곤 하던 세상의 일들에 대해 얘기하는 기회가 되었던 거. 나이든 마을 아저씨들이 모여 앉은 자리에서도 비정규직에 대한 이야기가 테이블 위로 올랐으며,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는 거에 대한 얘기며, 아직 제자리 걸음이기만 한 세월호, 그리고 이 섬이 직면하고 있는 강정과 이 섬의 뼛속 깊은 아픔인 사삼까지.

 

 얼마나 불편한 이야기들인가.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서로 생각이 달라 불편한 논쟁이 되어서가 아니라, 더 많은 경우는 생각조차 하기 싫은 것들이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알지만 외면하고 싶은, 알지만 함께 할 수 없는, 알지만 내 삶을 바꿀 수는 없는, 그런 불편함이랄까.

 

 어쩌면 세상이 바뀌어갈 수 있는 건 바로 그 '불편한 이야기'들이 '이야기되는' 것부터 시작인지 모르겠다. 불편하니 덮어놓는, 외면 아닌 외면으로 피해버리는, 그 이야기들을 사람들 사이로 불러내는 것.

 

     

  

 

 갑과 을, 본디 관계를 표현하는 말인 것을, 어쩌다가 계급을 표현하는 말로 바뀌게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