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이공

첫날

냉이로그 2015. 7. 22. 02:16

 

 

 

 첫날이었다. 개업식을 해라, 떡이라도 해서 돌려라, 사람들 초대해 파티를 열어라, 등등 이런저런 얘기가 많았지만, 솔직히 그 무엇도 자신이 없어 고개를 절레절레, 그냥 조용히 첫날을 시작했다. 그랬는데, 이게 왠일. 기존의 까페지기에게 배울 건 배우고, 인계받을 건 인계받고 하면서 함께 보낸 일주일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어, 어, 어…… 이거 왜 이러지? 그전부터 난장이공을 자주 다니던 익이 형님도, 이렇게 사람 많은 건 처음이라며 놀란 얼굴로 축하를 전해주어. 막판에는 가게 문닫는 시간을 한 시간 반이나 넘겨서야 겨우 자리에서들 일어났다. 아마 수니 언니가 정리해주지 않았다면 몇 시까지 이어졌을지 몰라. 어쩌다보니 오늘 밤엔 까페 안에 있던 손님들이 점점 서로 인사를 하고 통성명을 나누더니, 테이블을 모두 하나로 모아. 냉장고에서 술은 계속 나가야 했고, 그러다보면 열두 시가 될지, 한 시가 될지를 모르겠지. 그때 수니언니가 자리를 정리해주었다. 지금 저 사람 어서 가게 마쳐야 한다고, 애기랑 애기엄마가 기다려서 더 오래 붙잡고 있으면 안 된다고, 이제 이걸로 막잔 들고 일어나자고.

 

 막상 오늘이 오픈이란 걸 알고서 부러 찾아준 손님은 딱 한 팀, 익이형님과 수니언니였다. 익이형님과 수니언니는 감자네 오픈을 기억하고 일부러 밖에 나가 두루마리 휴지까지 한아름 사들고 가게를 찾아주었어. 무지도 고마웠고, 무지도 쑥스러웠고, 암튼 좋아서도 빨개져, 쑥스러워서도 빨개져, 암튼 나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져버렸다.   

 

 

 

 아, 두루마리 휴지말고 수니언니와 익이형님의 선물이 하나 더 있었어. 그게 바로 이 씨디. 언니의 8집 리워크 앨범을 준비하면서 한 곡 한 곡 새로 녹음하고 있는 것 중, 지금까지 작업한 곡들을 담아준 거.  으아아, 좋아라!

 

 

 

 안 그래도 소품인형들이 놓여있던 스피커쪽 선반에는 씨디들을 진열해놓았더랬는데, 그 아래층에다가 수니언니와 익이형님에게 싸인받은 씨디들을 펼쳐놓았더랬거든. 이야아, 여기에 싸인 씨디가 한 장 더 들어가게 되었네, 이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