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님

감자로그 2014. 9. 9. 07:12

            


 보름이 가까워지면서 하루가 다르게 달이 차올라. 동그랗게 차오르는 달을 볼 때면, 달래 뱃속에 감자가 차오르는 거랑 참으로 닮았다 싶어. 달도 차오르고, 감자도 차오르고. 제주에서 맞는 추석 보름, 달처럼 한껏 차오른 감자에게, 달님을 만나게 해주고 싶어 일부러 찾아오른 섬의 동쪽 용눈이오름.  



 
저 멀리 우도가 내다보이는 용눈이오름에서, 이천십사년 추석 달맞이.



 처음엔 용눈이오름이 아니라 바다가 더 가까운 지미오름을 찾아갔지만,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인데다 너무 늦은 밤이어서 오르는 길을 찾기가 어려웠다. 불을 밝혀가며 가까스로 찾았지만, 수풀이 우거지고 사람없는 그 길을 더듬어 오르기에는 달래와 감자에게 무리. 그래서 언젠가 한 번 올랐던 용눈이로 방향을 옮겼더니, 탐방로가 잘 되어 있는 그 길에는 우리처럼 한밤 달맞이를 나온 이들이 제법 있어.  

 세상에 간절한 것들 많고 많지만, 이번엔 꼭 한 가지만을 빌어. 건강하게 낳을 수 있기를. 아기 감자도, 엄마 달래도, 그리고 빵점짜리 아빠 냉이도. 여기에 한 가지 더 바라는 게 있다면 그건 욕심일까. 그래도 좋다면, 감자가 저 달님을 닮아 마음이 고요하기를. 쉽사리 흔들리지도 말고, 잔바람에 크게 휘청이지도 말고, 아빠처럼 그러지는 말고. 이제 저 달이 지고, 다시 또 차고 질 때면.  


 너무 크고 환한 보름달보단, 어느만큼은 가려져서 더 빛나는 작은 달빛을 좋아하지만, 달은 역시나 달, 바라볼수록 고요하였다. 고요한 그것은 그리움으로 이끌어. 간절한 것, 그리운 것. 바라볼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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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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