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곡

감자로그 2014. 3. 25. 15:20





 제주에 봄내리는 밤, 이라는 특집 방송. 그 방송 얘기를 또 하는 게 조금 민망하기는 한데, 암튼 한 번 더 놀라운 일이 있었다. 그날 뒤로는 퇴근 뒤 술자리들이 있어 실시간으로는 잘 듣지를 못해. 그래서 영배 엉아가 나온 날 것부터는 다운을 받아 듣고 그랬는데, 마지막 방송인 일요일 것을 듣는데, 틀자마자 아이쿠야, 깜짝!


 으아아앙, 어떡해! 그날은 <이유있는 신청곡>이라는 코너로 진행을 하는데, 맨 첫번째 사연 편지로 저번 날에 게시판에 올린, 그걸 읽어. 그 사연을 올린 건, 수니 언니가 게스트로 나오기 하루 전 날 올렸던 거니, 그날 그렇게 문자 메시지르 소개해주며 한참이나 얘기를 나눠주기까지 해서, 그 전에 올린 신청곡 사연이 다시 나올 거라곤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화요일에 사연이야 그날 안 나왔으니 그냥 묻히는 건가 보다 했고, 그 담날에 수니 언니가 그렇게까지 얘기를 나눠주었으니, 게시판 사연이니 신청곡이니 하는 것에는 아쉬움 따위가 없었다. 오히려 그보다 백배는 더 기뻐할만한 일이었고, 사실 그 사연 속 내용이야 그날 나눈 얘기와 거의 비슷한 거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상순디제이가 그거를 읽어. 이미 얘기된 내용을 우려먹듯 또 사연을 보낸 것처럼 들리기도 하여, 기쁘면서도 민망. 그러니 입으로는 헤죽 웃고 있으면서도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아마 그 방송에서는 그날 올린 사연을 그날 읽는 게 아니라 한 주일동안 올라온 사연을 모아 일요일 그 코너에서 따로 들려주는 모양이었다. 그랬으니 닷새 전 올린 그 사연, 그러니까 수니 언니가 나오기 전에 올린 그 편지가 그렇게 나오게 되었나봐. 

 그래서 처음엔 쫌, 민망하기도 하고 그랬는데, 몇 번을 다시 듣다보니까 이젠 그저 기쁘기만 하여 마음이 환해진다. 음악 방송에 사연 올리는 건 분량을 어떻게 해야 하나를 몰라서, 그냥 평소 편지쓰듯이 올렸더니, 방송 안에서 디제이가 읽어 소개하기에는 많이도 길었나 보다. 그러니 아마 방송작가가 짧게 줄여 편집을 하였을 텐데, 그러다 보니 평소 내가 쓰는 말투가 아니어서 째금 어색하긴 했지만, 그 정도야 모 ^ ^ 

 암튼 원래 썼던 그 편지의 맨 끝은 이랬다. 


 아마 이 사연을 두 분이 읽어주시고, 노래를 전해주신다면
 뱃속 감자와 얘기를 하며 라디오를 듣고 있을 달래가
 정말로 기뻐할 거예요.
 고맙습니다.

 "감자야, 아빠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라디오에 노래를 신청해보았어.
 앞으로 여섯 달, 널 만날 생각에 날마다 설레고 있단다.
 상순이 삼촌, 효리 언니가 함께 기뻐하고 축하해줄 거야. 우아아, 멋지다! 그치 ^ ^ "


 하하하, 나중에 감자에게 들려주어야지. 
 아마 감자도 많이 기뻐할 거야.  



  

(방송 다시 듣기에서는 파일 크기 때무인지, 음악 부분을 모두 줄여놓았다. 그래서 그날 달래와 감자를 위해 신청곡으로 한 그 노래는 이렇게 따로. 어떤 날의 그런날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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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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