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감자로그 2014. 3. 23. 16:39




 자연주의 출산이라는 것, 맨 처음 그것에 눈을 뜨게 해주고, 가슴을 뛰게 해준 것은 <평화로운 출산, 히프노버딩> 이라는 책이었다. 그전까지 막연하게, 그것도 아주 잘못 가지고 있던 출산이라는 것에 대한 상을 뒤집게 해주던. 그러나 달래에게 제안하기에는 아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 불안과 두려움에서 스스로 자유로워지지 못하는 한, 그건 억지로 권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 하지만 기쁘게도 달래가 마음을 열어 귀를 기울였다. 그렇다고 그 감동이 확신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여전히 조심스러운 일. 그러던 중, 벌써 몇 해 전 방송되었다는 sbs 스페셜을 함께 보면서 점점 달래도 용기를 내게 되었다. 아니, 용기라는 표현은 옳지 않아. 더 어려운 무엇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더 자연스럽고, 더 즐거운 그것을 기쁘게 선택하는 것이었으니. 일본의 산과의사가 자연출산을 해오면서 기록한 <놀라운 아기 탄생의 순간>이라는 사진책은 그 감동과 확신을 더 가깝게 해주었다. 역시 일본의 번역서인 <아기는 뱃속의 일을 기억하고 있다>는 아기를 맞이하는 마음을 더욱 평화로울 수 있게 해주었어. 자연출산이라는 건 단순히 출산의 한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 목숨을 갖게 된 한 존재와 관계를 맺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 





 지난 해 봄, 감자가 잠깐 다녀갈 때 그렇게 감자를 맞이하는 공부를 하였다. 그 공부는 가슴을 뛰게 해주었고, 국내에서는 거의 유일하다시피하게 자연주의 출산을 하고 있다는 메디플라워를 찾았더랬다. 그러나 이미 그땐, 감자가 몸을 숨기고 가버린 뒤. 그리고 열 달이 지나 그곳을 다시 찾았다. 이번에는 아주 건강한 모습, 얼굴이며 몸, 팔다리가 움직이고 있어. 

 그리고 지난 주 내려오는 비행기 안에서 또 한 권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조산사와 둘라 교육을 하는 이들이 함께 쓴 <황홀한 출산>이라는 제목의 책. 이걸 읽다 보니, 미셸 오당이라는 이름이 낯설지가 않아. 아 맞다! 십 년도 더 지난 예전, 녹색평론에서 내었다고 하여 찾아 읽은 <농부와 산과의사>, 그 책의 저자. 솔직히 그땐 아기를 낳는 일이 너무나도 먼, 남의 일로만 여겨, 잘 모르는 대목들을 그냥 넘기며 읽던 기억이 있다. 그것도 이번 참에 다시 꺼내어. 

 서울에 있는 메디플라워 자연출산센터를 나서면서, 혹시 몸에 이상이 있으면 어려워하지 말고 바로 내원하라는 얘기에, 엄마는 강원도 아빠는 제주도에 있어서…… 난색을 표했더니, 정환욱 선생이 고맙게도, 언제라도 전화를 달라며 손전화 번호를 내주었다. 그런데다 요 얼마 전 알게 되어 더 반가운 것이, 이곳 제주에 오래 전부터 자연주의 출산을 해온 자연조산원이 있다는 거. 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이제 감자는 달래 뱃속에서 칠십 일 가까이. 그 시간 동안 아직 엄마를 아프게 하거나 힘들게 하지 않고 있다. 달래 또한 여느 때보다 잘 웃고, 잘 자고, 행복해하고 있어. 이 모든 것이 고맙고도 고맙다.





 우리는 기쁘게 자연출산을 선택하였고,
 달래는 지금 그 여느 때보다도 평화롭다.
 이제는 내가 좋은 둘라가 될 준비만 남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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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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