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늘 그랬듯 마감날짜가 다 되어 겨우 써서 보냈건만
불안하여 다시 읽어봤더니 순 엉터리.
어떻게든 고쳐 다시 보내려 해 봤지만
문장 몇 개 매만지고 단락 몇 개 넣고 빼는 것으로는 될 일이 아니었다.
편집부 선생님들께 연락해,
도무지 이 달은 글을 낼 수가 없겠다 했다.
보낸 글, 빼 달라고
아예 잘못 들어서 버려서 고칠 수도 없는 지경이라고.
그림을 그려주시는 숙 선생님께 미안하다.
고비다.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는다.
편지
안동에서 편지가 왔다. 권정생 선생님.
그것으로 선생님에게 받는 건 모두 다섯 통.
이번 편지는 기대하는 마음도 없었기에
더욱 반갑고 기뻤다.
박기범아, 로 시작하는 편지,
겨우내 아프더니 봄이 와서 좋다,
뭐니뭐니 해도 보통 사람들은 다 착하다는 말씀,
우리나라 최고의 국.
너는 절대로 나 처럼 살아서는 안 된다,
너무 힘들게 살지 말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선생님 생각을 많이 했다.
건강하세요, 건강하세요.
책
어제까지 병수 아저씨의 이야기 <<목수, 화가에게 말을 걸다>>를 읽었다.
읽을수록 아저씨가 바로 곁에 와 있는 것 같고,
읽을수록 아저씨의 모습이 진하게 느껴졌다.
독후감을 써야 할 책.
좀 나중에, 마음을 다해서.
알라딘에 주문한 책들이 왔다.
그 가운데 <<언니네 방>>을 집어 들었는데
펴자마자 쑥쑥 읽힌다.
아픈 이야기들, 그러나 내게는 놀라운 이야기들.
여성주의 앞에서는 늘 주눅이 든다.
어쩔 수 없이 가지고 있는, 남성이라는 나의 계급.
그녀들의 고백들에 미안함과 부끄러움, 그리고 고마움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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