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목 마무리

냉이로그 2007. 10. 7. 21:13

치목을 거의 마쳤다. 이제 마루를 짜는 일과 치목한 부재에 칠하는 일만 남았는데 그것을 마치는 대로 조립하러 서울로 올라간다. 북한산 자락 북악골에 있다는 어느 밥집. 어휴, 힘들어. 힘은 들지만 즐겁다, 고 말을 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감히 그런 허세를 떨 수가 없다. 힘들어 죽겠다. 다들 얼마나 독하게 일을 하는지 눈뜨고 일어나 연장을 잡으면 미친 듯이 돌려댄다. 목수학교 있을 때는 하루에 서까래 다섯 개를 깎으면 많이 깎았나. 지난 이틀 하루는 마흔 개를 깎고, 그 다음 날 서른 개를 깎았다. 물론 학교에서 배울 때처럼 정교함을 갖춰 깎지는 않지만 저녁 연장 정리를할 때면이걸 정말 내가 깎았나 싶어 입이 벌어진다. 좀 쉬엄쉬엄 하자고 하고 싶지만 어디 그러자 말을 할 수가 있나. 점심 밥을 먹고 나서 오후가 되면 대패고 톱이고 그걸 드는 데에도 힘이 부쳐 나도 모르게 배를 내밀어 그에 걸치게 된다. 등허리에도 근육이 이렇게나 많다니. 팔이나 다리 같은 데야 알이 배겨 뻐근한 줄을 알았는데 등뼈 사이사이로도 알이 잡혀 움직일 때마다 꾹꾹 눌려온다. 솔직히 말하면 이번 공사 끝나는 것만 기다려지기도 한다. 어쨌든 그럼 좀 쉴 수는 있을 테니. 내가 정말 현장 목수 일을 계속해서 할 수 있을까 싶어 겁이 나기도 해. 하루 일을 마치면 누워 잘 생각만 든다. 그래도 한둘이 나가 술을 사오기는 하는데 술 앞에서 내가 이렇게 자제력과 양보심이클 수 있다니. 어, 니가 그것도 다 마셔. 얼른 치우고 자자고 말하는 건 언제나 나다. 자꾸자꾸 하다보면 힘들다 소리를 덜 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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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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