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립 닷새째

냉이로그 2007. 10. 14. 19:15

조립을 하러 올라온지 닷새 째. 11톤 트럭을 불러 제재소에서 깎은 부재들을 가득 싣고 서울에서 송추 쪽으로 나가는 북한산 자락으로 올라왔다. 숙소는 게서 좀 더 들어가 양주군 경계에 있는 어느 여관. 아침 여섯 시면 눈꼽을 떼고 나가 '아침식사합니다' 라고 써 있는 밥집을 찾아 뜨건 국밥 한 그릇 후룩.

원두막 정자 세 동에 기둥 열 두 개를 그랭이질해 세워 올리는 데 하루, 그 위에 도리, 보, 찰주, 서까래로 골조 세우는 데 하루가 걸렸다. 그리고 피죽으로 지붕을 씌우는 일에 마루 귀틀 넣고, 난간 치목 따위로 사흘을 더 보냈다. 아직 마루 까는 건 두 동을 더 해야 하고, 피죽 씌우는 일도 한 동을 더 해야 해. 그 다음 지붕 방수포 씌우는 일에 코아네트라는 장식재 씌우는 일과 마루 샌딩 작업과 칠하는 거. 생각보다 조립에 시간이 많이 든다. 제재소에서 넷이 일을 하다 조립을 하면서는 두 사람이 더 와 함께 하고 있는데도 피죽 박는 일이나 마루 짜는 일들에 품이 많이 든다. 어제까지는 컴프레셔가 없어 톱밥을 뒤집어 쓴 채로 여관까지 돌아가곤 했다. 돌아가며 대충 씻고 나면 여덟 시, 여덟 시 반. 밥 먹고 나면 바로 이불을 펴기 바쁘다. 같은 팀 사람들은 그래도 더 늦게까지 술도 마시고, 방에 있는 테레비로 영화도 보고 하는 것 같은데 난 몰라, 그냥 잘래.

오늘은 일을 일찍 정리했다. 장사를 하는 곳에서 일을 하고 있어 오늘 같은 일요일에는 손님이 많이 드는데 나무 가루를 이렇게 날리면 어떻게 하냐 해 연장질을 그만 멎어야 했다. 나는 지붕으로 피죽을 올려 자리에맞게 엔진톱으로 오려내고, 망치질을 하고 있었고, 하늘은 무척이나 파랬다. 가을로 물들어 가는 북한산에는 등산복 차림 사람들이 밀려들었고, 식당들이 늘어선 그곳에는 산을 타고 내려온 사람들이 많았다. 산을 타는 것도 좋겠지만 나는 지붕을 오르락내리락 그렇게 종일 지붕을 탔다.

우리가 짓고 있는 원두막 정자가 예쁘기는 한가 보다. 내가 봐도 정말 예뻐. 그곳을 지나는 고급 승용차들이 차를 멈추고 한참이나 구경을 하곤 한다. 사진을 찍어가고, 명함을 받아가고, 한 동 짓는 데 얼마나 드느냐 물어보고,자기가 하는밥집에도 그런 것 세우면 좋겠다 한다. 어, 이거 장사 되겠는데.

일을 하다 보면 성질이 나망치를 집어 던지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기는 하지만 그래도 많이 배우고 있다. 학교에서 치목하며 배운 것들 말고 그 밖의 공구들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어떻게 맞추고, 어떻게 줘야 하는지,일에 속도를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며칠만에 컴퓨터에 앉아, 그냥 되는대로 썼다. 앞자리에 앉은 동생이 그만 일어나자고 보채네. 배고프대. 그래, 그만 일어나 밥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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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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