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새

냉이로그 2010. 2. 9. 12:39

이와사키 치히로 할머니의 그림을 걸어놓는 곳이 있다 한다.그게 언제였더라, 석고개 이발소 집에 살 때. 그 때 이 할머니 그림책에 글을 쓰는 일을 할 뻔한 일이 있었다.그 때받아안은 일본판 그림책들,그 쪽 글자를모르니 글을 읽을 수는 없었으나 그림만으로도환하게 펼쳐지는 이야기들이 얼마나 맑고 따스하던지.석고개를 떠나 몇 차례이사를 다니면서그 그림책들은 상자안에 재워져 있기만했었구나. 전시회를 한다는 소식에 그 때 그 느낌을 떠올려 다시 할머니의 그림들을 찾아보는데, 아, 벌써 십 년이 지났는데도여섯 권의 책에 담긴 그 그림들이 눈 앞으로 하나하나 지나가는 것 같다.그것들 가운데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게 좋았지만 그 가운데 내가 가장 좋았던 건작은 새, 그리고 이사온 아이….할머니의 그림과 그 이야기들을 좋아한만큼이나 나는 그 할머니에게 큰 매력을 느꼈던 것 같은데, 그건 이발소 집으로 찾아온 프로메테우스 아저씨가 치히로 할머니에 대한 이력을 짧게 들려주어 더욱 그러지 않았나 싶다.그러고는 혼자 이런 생각들에 한참 빠져 있기도 한 것 같아. 좌익운동은 어떻게 어린이책, 그림책과 닿게 되곤 했을까, 예술과 혁명은 서로 어떤 자리에서 그 뿌리를 함께 하게 되는 걸까…….순정함이 아니고서는 혁명이라 할 수 없고, 또한 그것이 아니고서는 예술일 수 없는,그리하여그 바닥이란 것은 어쩌지 못하고 가장 원시에 가깝다 할 수 있는 동심에 닿게 되는 것일까…. 어린아이 같은 마음,자연과 가장 가까운 그것, 높낮이가 없고, 가식도 검열도 없는,눈물과 배고픔과 외로움과 따스함과 사랑과 생명의 그 모든 원초적감정과 감각의 세계…. 아우, 뭐,그냥 되는대로 지껄이고 있네.으그야, 이렇게 또딴짓에 빠져 있네.ㅠㅠ 그래도 저 전시회에는 어느하루 가보고 싶다.

그그림책 씨리즈들 가운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의 그림. 한국에는 <작은 새가 온 날>이라 제목이 붙어 있던데, 그냥 <작은 새>라 하는 편이 더 좋았을 것 같아.

어머나, 이렇게 친구가 많아졌어.

얘가 아마 첫 장면 쯤 되나 보다. 저기 창문에 붙어 있는 작은 새좀 봐.

이건 마을에 새로 이사온 친구 이야기(<이웃에 온 아이>)에 나오는 그림들.



담벼락 낙서, 이 마지막 장면에서는 누구라도 무장해제가 되어 버릴 거야.(그림 옮겨온 곳들은 여기여기)

작은 씨 / 시와

이와사키 치히로

이와사키 치히로는 티없이 맑은 어린이 그림을 보여준 『창가의 토토』 로 국내 독자들에게도 많이 알려져 있는 일본 화가이다. 서양의 수채화와 동양의 수묵화를 결합하여 그린 그의 독창적인 화집은 10개국 이상에서 출간될 정도로 일본 내에서 국보급 화가로 인정받을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호평을 얻고 있는 작가이다. 생전에 반전, 박해 운동에 앞장서서 실쳔하려고 애쓴 반전, 인권운동가이자 그녀만이 지닌 순수와 투명성으로 전쟁이 만들어놓은 왜곡된 진실들을 전세계에 알리고자 노력하였던 그림책 작가 겸 일러스트레이터로 잘 알려져 있다.

1918년 12월 15일 출생의 그녀는 스물일곱 살에 보육원이나 고아원에서 스케치를 하면서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그러던 중 2차대전이 발발하자 침략전쟁의 실태를 알게 되고 가해자의 입장이었다는 죄의식에 괴로워하다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서 미술계에 입문하였다. 1936년에는 주엽회 여자 양화전에 입선하는 등 그림에 큰 재능을 보였다. 그녀는 그 후 55년 평생동안 '어린이'를 테마로 한 그림만 그렸다. 1946년부터는 일본 공산당에 입당하여 인민신문기자로 활동하였고 1947년에는 전위미술회를 창립하기도 햇다. 28살이 된 뒤에는 본격적인 작품을 사람들에게 선보이면서 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하여 1950년 서른 살에『어머니의 이야기』라는 작품으로 일본 문부대신상을 수상했고, 28년 동안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리면서 일본에서 제정한 굵직한 상(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 소학관 아동문학상)뿐만 아니라 볼로냐 국제 어린이 도서전에서도 호평을 받았다.『작은 새가 온 날』로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그래픽상을 탔을 뿐만 아니라 라이프치히 국제도서전 일러스트상 역시 수상하였다. 엷은 색채와 수채화이면서도 동양화풍이 스며들어 있는 그림을 주로 많이 그렸고, 1974년 8월 8일, 55세 나이로 간암으로 사망한 뒤에도 일본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재능 있는 화가로 이름을 남겼다.

이와사키 치히로가 세상을 떠난지 3년뒤 1977년 그녀를 기념하는 치히로 미술관이 건립되었고, 이 미술관의 수익금 전액은 인권활동을 위해 기부되고 있다. 현재 유니세프 친선대사이자 『창가의 토토』의 저자인 구로야나기 테츠코가 미술관장으로 있으며 8500여 점에 이르는 치히로의 그림들이 이곳에 소장되어 있다. 1997년 나가노의 아즈미노에 또 하나의 치히로 박물관이 개관하였는데, 이 곳에는 그림책 역사관이 설치되어 있다.

그녀의 주요 작품으로는 『창가의 토토』외에도 『자연의 아이들 세트』, 『봄 아이』, 『여름 아이』, 『가을 아이』, 『겨울 아이』, 『눈 오는 날의 생일』, 『치치가 온 바다』 등이 있다. 또한 동화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여『엄지공주』,『파랑새』,『백조의 호수』,『백설공주』를 비롯한 여러 동화를 독특한 분위기로 재해석하여 새롭게 선보였다.


‘어린이처럼 투명한 수채화의 작가’로 불리는 이와사키 치히로는 도쿄에서 여교사와 건축기사의 3자매 중 장녀로 태어났다. 20살에 데릴사위를 얻어 결혼식을 올렸으나 아무리 해도 상대를 사랑할 수 없었고, 마음약한 남편의 자살로 1년도 못되어 결혼생활이 막을 내렸다. 그리고 당시 일본의 침략전쟁의 실태를 앎에 따라 가해자의 입장이었다는 죄의식에 괴로워하였다. 그런데 이 두가지 사건, 즉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상대를 깊이 상처 입혔다는 것, 또 자신의 혜택받은 생활 뒤엔 많은 타국민들의 괴로움이 있었다는 자각을 계기로 아무것도 몰랐던 그때까지의 인생과 결별하여 괴로움과 슬픔 모두를 받아들이는 삶을 결심하게 된다.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은 이와사키 치히로는 자력으로 살아나간다는 기쁨을 지닌 채, 당시 공산당 기관지였던 인민신문의 기자를 하면서 고아원이나 보육원의 뜰에 앉아 틈틈히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다. 첫 작품인 서부터 시작해 그녀는 평생 어린이만을 작품의 테마로 삼았는데, ‘손 인형’ 모델 없이도 10개월 된 아이와 12개월 된 아이를 구분하여 그릴 정도로 관찰력과 데생력이 뛰어났다. 때문에 서양의 수채화와 동양의 수묵화를 독창적으로 결합한 그녀의 화집은 최소한 10개국 이상에서 동시 출간될 만치 호평과 극찬을 받았으며 73년엔 『작은 새가 온 날』로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그래픽 대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화집으로는『비오는 날 집보기』,『작은 새가 온 날』,『전쟁 속의 어린이』 등이 있는데,『전쟁 속의 어린이』는 치히로가 병상에서 완성을 서두른 작품으로 전쟁에 대한 분노와 슬픔을 갖고 베트남 전쟁에서 어린이들이 겪는 비극에 대해 조용하면서도 강인하게 호소한 작품이며, 『비오는 날 집보기』는 처음 혼자서 집을 보게 된 소녀의 미묘한 마음의 흔들림을 최소한의 언어만으로 표현한 일종의 시화집이다. 훗날 역시 공산당 소속이었던 인권변호사와 결혼한 그녀는 인권운동을 하는 남편을 대신하여 평생 생계를 책임졌고, 74년 55세에 암으로 사망했다. 그의 그림이 20여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사랑을 받는 이유는 단지 언뜻 봐서 느껴지는 부드럽고 아름답고 푸근한 것에 머무르지 않고, 인생의 고단함과 슬픔 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인간애가 녹아있어서 사람들의 마음을 감싸주는 힘을 지녔기 때문이다. 치히로가 세상을 떠나고 3년이 지난 1977년, 그녀가 살던 집을 개조하여 도쿄의 치히로 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동양에서는 최초의 그림작가 미술관이기도 한 이 곳에는 8500여 점에 이르는 치히로의 그림들이 소장되어 있으며, 『창가의 토토』의 저자인 구로야나기 테츠코가 현재 미술관장으로 있다. 그리고 97년엔 나가노의 아즈미노에도 또 하나의 치히로 미술관이 개관했는데, 이 곳에는 치히로가 생전에 좋아했던 케테 콜비츠의 원화를 비롯하여 그림책 박물관이 설치되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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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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