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현이의 편지

냉이로그 2010. 2. 13. 11:39

참세상 메인으로 만화가 떠 있기에 뻑뻑한 눈으로 무심결에 열어보았다.노래방이니 여친이니 피씨방, 학원…시시껄렁하게 얘기를 주고 받는 아이들모습에 어떤 연출 같은 건 보이지 않는다.그렇게떠들다간 뿔뿔이 흩어져 집으로 가는 길에"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너 나오더라?" 하고 아무렇지 않게, 혹은 아무렇지 않은 듯건네는친구의 말에는 리얼리티가 그대로 살아 있었다. 그 때부터 빠져들기 시작.순천향병원 영안실의 풍경도, 병원 뒷담에 기대어 서서담배를 물어 평소와 다름없이 친구와 통화를 하는 모습에도. 이러한 장면에서도 역시 작가의 과장된 감정같은 것으로 성급하게 눈물을 호소하거나 하지 않는다. 그랬기에 그 표정과 목소리, 눈을 감고 떠올린 기억의 장면들이 더욱 마음으로 스미어들게 되고 만…. 끝내 뻑뻑한 눈에서 물기가 젖어나오고 말았다. 잠에 덜 깬 상태로 무심결에 본 이 만화 한 편으로,못다 이룬 잠에서만 깨는 것이 아니라 그 무엇인가에서 깨어나는 기분이라도 들면서.

만화 속의 상현이가 나오는 기사를 찾아보았다. 상현 씨와 권명숙 아줌마. 그리고 이제는 하늘나라로 가셨을 이성수 아저씨.설 잘 보내세요. 하늘나라로 함께 가신 분들 모두,유가족 분들 모두, 그리고구치소에 가 있을 형들 모두.


































상현이의 마지막 그 속 얘기는 앞으로도내가 집을 짓고, 집 짓는 일을 공부하면서결코 잊지 말아야 할 근본을다시금 각인시켜주는 불도장 같은 것이었다. "우리는… 아빠와엄마와 나는… 바람을 막아주는 벽이 있는 곳에서 살고 싶었습니다. 그냥 살고 싶었습니다. " 집이라는 것은 정녕 왜 지어야 하는 것이고, 어떻게 지어야 하는 것인지. 그리고 누구를 위해 지어야 하는지.이 땅 위에 숨쉬는뭇 생명들의 보금자리를마련하는 일,집을 지으며 살아갈 동안 내 가슴 가장 깊숙한 곳에서 또다시 묻고 되새겨야할 질문이자 답이 될 그것이다 .

* 참세상에 덧붙여져 있는 말.

<상현이의 편지>는 [만화로 그려낸 용산참사 이야기!]에 수록된 만화다. [만화로 그려낸 용산참사 이야기!]는 만화가 여섯 명이 용산 참사 현장을 찾아 유가족들에게 직접 이야기를 듣고, 세상을 떠난 철거민들이 살아온 흔적을 찾아다니며 그렸다.
설을 맞아 보리출판사에서 용산참사 이야기 중 한편인 <상현이의 편지>를 보내주었다. 상현이는 용산참사로 희생되신 故이성수 열사의 둘째아들이며, 올해 대학에 입학한다. 이 만화에 대한 독자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이 있길 당부한다. 그리고 여력이 되면 꼭 사보시라.

[
만화로 그려낸 용산참사 이야기]
저자 김성희, 김수박, 김홍모, 신성식, 앙꼬, 유승하
출판 보리 출판사 (2010-01-20 출간)
가격 11,000원 (서점 판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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