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정사 대웅전은 지붕구조부터 보기 전에 사실 공포 양식을 중심으로 하여 건물의 전체적인 면모부터 공부를 해 두고 있어야 했다. 강의 시간 진도에서도 이 건물은 다포 양식 건물의 가장 초기 형태로 매우 중요하게 다뤄진 건물이기도 했다. 그런데 진도와 나란히 가질 못하다 보니 지붕구조부터 살피게 되었는데, 그러다보니 그 구체적인 부분들을 찾아 살필 때 몇 배나 힘들었다. 정리하고 나면 간단하게 정리되는 내용인데도, 이걸 이해하게 될 때까지 도면 구석구석 뜯어보면서 얼마나 머리를 쥐어뜯었나 모른다. 이거 안 그래도 자꾸 빠지고 있는데 ㅠㅠ. 어쨌든끙끙 앓을 땐 앓을 때였고이이렇게나마 해결하고 나니 마음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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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작지붕의 구조

02.봉정사 대웅전

봉정사 대웅전은 그림에서 보듯일단 지붕이 무척 크다. 그리고 또 하나의특징은 합각면이 측면 기둥열의 벽체면까지 나와 있다.측면에서 보면 합각을 이루는 삼각면의 크기가 굉장히 커서 합각의 삼각형 밑변이 건물 측면부의 넓이와 거의 맞먹는다.

봉정사 대웅전도 추녀 뒷뿌리가 중도리 밑으로 들어가 있다는 것은 부석사 무량수전과 동일하다. 그런데 봉정사 대웅전이 부석사 무량수전과 다른 점은 우선 합각면이 위치하는 곳이다. 부석사 무량수전은 퇴칸의 중간 쯤에 합각이 형성되는데, 봉정사 대웅전은 끝까지 나갔다. 이 건물은 도리가 끝나는 부분에서 왕찌가 짜여진 것이 아니라, 횡방향의 중도리가 계속나오고, 종방향의 중도리는 그 중간에서 가로지르듯이 나가고 있다. 그러니까 흔히횡방향과 종방향의 도리가 직각 모서리를 이루며 왕찌를 이루는 것처럼되어 있지를 않고, 이 건물은 횡방향 중도리는 더 길게 나간 상태에서 마치 삼거리로 길이 나듯이 종방향 중도리가 수직으로 나간다는 것이다. 이 때 횡방향 중도리와 종방향중도리가 丁 자처럼 만나지는 부분 밑으로 추녀가 파고드는 모습이다. 그래서 봉정사 대웅전은 주심도리가 있어야 할 부분에서도 주심도리 왕찌가 형성되지를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주심도리의 왕찌가 형성되었어야 할 귀포, 귀포에서 주심도리가 교차하는 분에서도 네모난 베개목 같은 것을 대 놓았다. 이것은 추녀가 걸쳐지기에 높이가 잘 맞지 않아서이기도 한데 그것을 둔 데에는 또 다른 까닭이 있다.

주심도리 위치에서 특징적인 또 한 가지는 횡방향의 주심도리는 있지만, 종방향에서는 주심도리가 있어야 할 자리에방형의 각재를 대놓았다.합각면을 보면,중도리 위의 모든 도리들이 측면 벽부(종방향으로 보면 주심도리가 놓일 자리)까지 나와 있다. 이것은 그 횡방향의 도리들이 끝나는 마구리 면에서 합각면이 형성된다는 것을말해준다. 그 면에서 지부사가 내려오고, 지부사를 받쳐주는 기둥이 주심도리 자리에 있는무언가를 딛고서있다. 그런데 만약 주심도리가 횡방향의 것처럼 굴도리 형태라면지부사를 받쳐주는 그 기둥이 딛고 서 있기가 힘들 것이다. 그래서 종방향의 주심도리 자리에는굴도리인 주심도리를 쓰지 않고, 평방보다 조금 굵은 방형 각재를 써서그 기둥이 설 수 있게 만들어 준 것이다.

위에 있는 도면들을 보면 추녀가 중도리 아래로 장혀 밑을 파고 드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횡방향의 중도리, 종도리들이 합각면까지 나가고 있고, 그곳에서 지부사와 함께 그 밖의 부속 부재들을 달고 합각이 조성된다. 그러니 이렇게 형성된 합각부에도 그것을 지지해주는 기둥이 필요한데, 그 기둥이 위에서 확인한 것처럼 주심도리를 대신하는 방형의 각재를 밟고 있다. 그리고 이 때, 이 방형의 각재를 보면 횡방향의 주심도리가 있는 곳보다 조금 못미친 곳에서 끝난다. 그래서 이 횡방향과 종방향의 주심도리들은 하나는 굴도리이고 하나는 방형의 부재여서 서로 왕찌를 형성하는 게 이상하기도 하지만 이 주심도리나 주심도리 위치의 방형 각재는 귀포에서 서로 왕찌를 이룰만큼 길게 나가지도 않는다. 그래서 주심도리는추녀 옆면에 닿고 끝난다. 또한 높이를 보면 추녀의 높이가 주심도리의 높이와 거의 일치한다. 만약에 주심도리를 끝까지 닿게 하여 왕찌를 이루려고 했다면 부석사 무량수전처럼 추녀가주심도리 왕찌의 반 이상을 파고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봉정사 대웅전은 부석사 무량수전과 합각처리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측면에서는 주심도리를 둘 수 없는 것이다. 주심도리를 둔다면측면벽부에서 내려오는 합각부를원형 부재로 받아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심도리 대신 합각부를 지지해줄 수 있을만한 네모난 형태의 부재가 따로놓여진 것이다. 그래서 이방형의 부재는 주심도리의 역할을 한다기보다 위에 있는 합각을 받아주는 바닥재 역할이 훨씬 크다 하겠다.

이렇게 주심도리들은 귀포에서 왕찌를 이루지 않기 때문에이 위치에서는 추녀를 거는 높이가 맞지 않는다.주심도리 왕찌가 있어야 할 부분에서 추녀 바닥이 뜨게 된다. 그래서 그 밑에 작은 받침재를 독자적으로 두게 되는 것이다.

봉정사 대웅전에서는 추녀의 뒷뿌리가 횡방향의 중도리와 종방향의 중도리가 丁 자 형태로 만나는 부분 밑으로 들어가 결구가 되어 있다. 추녀 뒷뿌리가 하중도리 교차 지점보다 살짝 빠져나가면서 그 밑에서 딱 걸려 있는 것이다. 그래서 봉정사 대웅전에서도 마찬가지로 추녀 뒷뿌리가 들리려면 위에 있는 가구들을 다들 수 있어야 하는데, 아무리 추녀가 힘을 많이 받아도 위에 있는 지붕을 날려버릴 정도로 힘을 많이 받을 수는 없다. 그래서 여기에는 강다리 같은 부재는 없고, 추녀 뒷뿌리의 윗부분만 파서 중도리 교차 지점의 밑면에 꽉 끼워넣은 것이다.

다포식 건물인 이 건물, 봉정사 대웅전의 공포들은 헛보가 쓰인 양식이어서 기둥 위에 올라선 주상포와 전후면에 있는 간포, 그리고 측면 간포들 모양이 조금씩 다른 모습을 띈다. 주상포에서는 헛보의 뒷뿌리가 보아지 형태가 되어 대들보를 받아주지만, 측면 간포의 헛보는 앞과 뒤 모양이 삼분두 형태로 똑같이 생겼다. 측면 간포는벽체 안쪽으로 들어가 받아줄 것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충량도 없고, 툇보도 없고 아무 것도 없다. 사실 이것은 이주법이 적용된 건물이기 때문에합각을 받는 기둥열이 측면의 기둥열과 맞지도 않는다.주상포와 간포 사이 쯤 되는 곳에 합각의 기둥열이 있으니 여기에는 툇보를 질러줘도 그것이 올라탈 수 있는 있어서 툇보를 질러줘도 그것을 올라탈 수 있는 기둥이라는 것이 없다. 그리고 여기에는는 충량이란 것도 없다. 충량은 임진왜란을 전후한 시기에 등장한 것으로 보여지는 것.

그 측면에서는 측면 서까래가 타고 올라갈 텐데, 합각면이 측면의 벽부까지 나와 있으니 서까래가 그 바깥으로 올라갈 수는 없다. 그러니 안으로 관통하듯 들어가 올라가는 것이다. 처마를 이루는 외목도리에 걸쳐진 측면 서까래는 주심도리를 대신한 방형의 각재를 지나며 합각부 안으로 관통하여 들어가 내목도리를 타고 올라가면서 추녀가 결구되는 부분 위에 올라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중도리는 밑으로는 추녀와 결구되어 추녀를 깔고 앉아 있고, 위로는 측면 서까래를 받고 있으니 위아래로 힘을 많이 받는다.

봉정사 대웅전의 합각부에서 특징적인 것 또 한 가지는 측면부에도 종보가 있다는 것. 팔작지붕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측면까지 나와 있다. 측면에는 대들보가 없는 구조인데도 이 건물에서는 종보가 있는 것이다. 종보라는 것은힘을 짊어지고 있는 부재다. 그래서 그 받은 힘을 밑으로 소화해야 한다. 그런데 봉정사 대웅전의 측면 종보 밑에는 대들보가 없다. 그대신 그 하중을 측면에 있는 기둥머리로 그대로 전달하는구조로 되어 있다. 이 종보의 역할은 합각의 하중을 받아주는 데 있다 할 것이다.


봉정사 대웅전은 이렇게 팔작을 구성하는 양식이 굉장히 독특하고,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아직 충량이라던지 팔작을 제대로 구성하는 방식이 자리잡기 전에 만들어진 것인데다가, 이주까지 해놓으니까 복잡한 문제들이 적지 않게 있다. 아마 이주를 하지 않았다면 이 건물도 부석사 무량수전처럼 팔작구성의 추녀와 합각부 문제를 해결했을 확률이 크다. 그런데 봉정사 대웅전은 이주법을 적용했기 때문에 툇보를 걸 수 없었으며, 그러다보니 상부 가구구조가 굉장히 복잡하고 아주 독특한 형태를 보이게 된 것이다.

봉정사 극락전은 측면에 주심도리가 없다. 각재 형태로 되어 있는 받침목 같은 부재가 주심도리의 자리에 있는데, 그 받침목은 합각부의 하중을 전달받아 기둥에 바로 전해주는 역할을 하는 부재다. 원래는 합각부의 하중을 받는 종보 밑에 대들보가 있어서 대들보를 통해 기둥으로 전달해주는 게 기본적인 대량식 가구구성의 원칙일 것이다. 보는 더 큰 보 아니면 기둥에 힘을 전달해주는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봉정사 대웅전의 합각 하중을 받는 측면부의 종보는 그 밑에 대들보가 없다. 그래서 이것은 종보가 바로 동자주로 힘을 전달해서 동자주가 올라탄 방형의 각재를 통해 측면 기둥으로힘을내려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합각면이 구성된 사례, 즉 합각부가 측면에 있는 기둥열에 올라가서 그 하중을 측면에 있는 기둥열에다가 그대로 전달시켜주는 사례는 봉정사 대웅전이 가장 오래된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법주사 대웅전에 있는 상층가구부도 동일한 양식으로 되어 있고, 관룡사 대웅전, 통도사 대웅전 들이 이와 유사한 형태로 합각의 무게를 측면 기둥으로 직접 전달시켜주는 방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의 사례가 많이 나타나지 않게 된 까닭은 측면 기둥열에 과도한 하중을 가게 되니 그러다보면 그 하중이 조금이라도 비틀려 받게 되면 편심하중이 발생해 측벽이 무너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와 유사한 사례는 그 네 가지 뿐 그리 많이 적용되지는 않고 있다. 특히나 충량이라던지 하는 부재가 임진왜란 전후로 등장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이렇게 구성한 사례가 나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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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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