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홍성에 있다는 고산사 대웅전. 홍성이면 지난 번 다녀온 예산과 가까운 곳이었는데 미처 알지 못해 들러보지를 못했다. 진작 알았으면그 참에 가 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아무튼 이 고산사 대웅전을 강의에서 다룬 것은 팔작지붕의 구조를 살피면서 나온 것이어서 건물 전반에 대한 것이라기 보다는 지붕 구조, 그 가운데에서도 팔작지붕의 관건인 합각부 형성과 그 하중을 받는 방식, 추녀를 올리는 것에 대해서만 주로 살피기는 했다. 그러니 내 복습이라는 것도 그쪽으로 모아지기야 하겠지만, 도면만 보다 보니 궁금하여 사진들을 찾아보았다. 강의 시간에도 교수님은 여러차례에 거쳐 이 건물은 규모가 꽤 작지만 무척 예쁜 건물이라는 말을 하곤 했다. 건물에 초각도 많이 되어 있고, 공을 많이 들여 지은 건물이라며 말이다. 그런데 솔직히 내 스따일은 아님 ㅠㅠ. 이렇게까지 처마를 많이 내밀고, 겹처마를 쓸 필요까지 있었을까, 이렇게까지 지붕 곡을 많이 줘야 했을까……. 그러나 절 건물 치고는 작고 야무져 보이는 건 맞다. 하물며 대웅전이기까지 한데. 저 건물에 다포를 넣었으면 그야말로 정신없게 되었을 것도 같은데 주심포만으로 공포를 이룬 것도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 이쪽 저쪽 방향으로 사진들을 한참 들여다 보고 있으니, 정말 그 느낌은 꼭 무슨 작은 거인 같달까,  조그맣지만 아주 단단하고 야무지게 그 위세를 뽐내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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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작지붕의 구조


03.고산사 대웅전






고산사 대웅전은 1626년, 임진왜란이 일어나고 얼마 안 되어 지은 것이지만 형식 자체는 그 이전의 기법이 여전히 쓰인 건물이라 한다. 이 건물의 횡단면도를 보면 정면의 퇴칸 쪽에도 전형적인 우미량 부재가 들어가 있다. 그동안 보아온 우미량은 보 방향에서 흘러내리듯 도리들을 받아주는 것으로만 알았는데, 여기에는 그것과 구십 도 꺾인 도리 방향에서 우미량이 들어 있다. 그러니까 이 우미량은 대들보 위에 있던 보 방향의 우미량을 도리 방향으로 돌렸다고 놓았다고 보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수덕사 대웅전을 생각하면, 그 건물은 맞배 지붕의 건물에 우미량이 쓰인 것이었다. 그런데 고산사 대웅전에서는 팔작을 구성하기 위해 도리 방향으로 돌려놓은 모양새다. 이렇게 도리 방향으로 돌려놓은 우미량은 그 위에 있는 방형의 도리들을 받쳐서 측면에서 올라가는 서까래들을 받아줄 수 있는 구조재로 구성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렇게 도리 방향으로 돌려놓은 우미량을 쓰니까 위의 합각에서 내려오는 하중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도면을 보면 종도리가 종보가 있는 곳을 지나 더 나가게 되면 밑에 세로 받침재를 두고 있다. 만약에 이것이 없다면 종보보다 더 나간 자리에서는 붕 떠 있게되는 외팔보 형식이 되어버린다. 게다가 종도리가 종보보다 더 나가있는 그 부분의 용마루를 보면 점점 더 두꺼워져가면서 하중이 더 나가는 것이다. 그러니 아무 것도 받아주는 것 없는 상태로는 종도리의 그 부분이견뎌낼 수가 없다. 그래서붕 떠있게 된 종도리 밑으로 동자주들을 세운 것이다. 그리고 합각면이 생기는 곳에 지부사가 들어서고, 지부사에 걸리는 풍판 하중까지 생기게 되는데, 이 건물에서는 그 밑으로 우미량이 지나가니까 그 하중을 전달할 수 있는 곳이 생긴 것이다.봉정사 대웅전을 떠올려보면 그부분의 밑을 받아줄만 한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어떠한 것도 건너질러가는 도리 방향의 가로재가 없었기 때문에 그 중간에서 무엇 하나 내릴 수가 없었다. 그랬다면 힘을 받을 수 없는 그 밑의 부재들은 다 깨지고 말 것이다. 그런데 고산사 대웅전은 우미량을 돌림으로 해서 위에서 내려오는 하중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마 이렇게 하다보니까 자연스레 충량 같은 부재를 생각한 것은 아니었을까(유레카!) 하며 연결해서 생각하기도 한다. 고산사 대웅전에서 우미량을 쓴 것처럼 곡재를 건너지르면 합각면을 퇴칸의 어느 면에 둔다 하더라도 그 하중을 이 곡재에 전달만 잘 시켜 측면부의 합각 하중을 해결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얻었지 않겠냐며 말이다. 물론 그것은 건축 양식의 흐름을 보면서 추정하는 것 뿐이지 꼭 그렇다 하는 것은 아니다. 우미량 사용과 충량 사용이 동시다발로 시작되었을 수도 있고, 혹은 거꾸로 충량을 쓰다 보니까 우미량도한 번 써보자 하여 그랬을 수도 있고 말이다. 어쨌든 건축양식의 발전 흐름으로 보면 그렇다는 말이다.)

 
내부를 보면 대들보가 가고 측면에 있는 기둥 머리에서부터 우미량이 가서 대들보 위를 걸터 타고 있다. 물론 직접 걸터 타는 것은 아니고 밑에 있는 결구들 위로 타고 있지는하지만, 결국 그것은 우미량에서 내려오는 힘을 받아 대들보로 전달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잠깐 충량과 우미량을 어떻게 구분하는지를 살펴보면 측면에서 올라갈 때 측면의 기둥머리에서 대들보를 올라타고 있는 것이면 그것은 충량이라 하고, 측면에 기둥이 없어도 대들보로 올라타면 우미량이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고산사 대웅전은 기둥머리에서 올라가서 대들보를 타고 있지만 이것은 우미량이라 하는 것이다. 그 까닭은 여기에 쓰인 부재 자체가 전형적인 우미량이기 때문이다. 조금 전에 살핀 그 구분법, 말하자면 측면의 기둥머리에서 시작을 하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따라 구분을 하는 것은 후대에 들어 부재의 형태 자체가 우미량인지 충량인지 잘라 말할 수 없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측면의 기둥머리 위에 올라가 있지 않지만 이렇게 곡재를 형성해 올라가는 것을 나중에는 우미량으로 구분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산사 대웅전의 이 부재는 우미량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왜냐하면 측면에서 정면과 후면 방향으로 나고 있는 우미량들과 똑같기 때문이다. 그러니 여기에서는 우미량이라는 부재를 전후 방향으로 사용을 하고, 그것과 같은 것을 측면으로도 돌려서 사용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 교재 한국건축대계 V - 목조를 보면 우미량과 충량의 구분을 그런 식으로 해 놓았다. 기둥머리에서 출발해서 대들보를 올라타는 곡재면 충량이고, 기둥머리는 아니지만 측면에서 올라가서 대들보를 올라타고 있는 곡재는 우미량이다, 라고 했는데 고산사 대웅전은 그 정의가 잘 안맞는 형식의 건물이다.


8-2-7 충량우미량

(1) 충량


충량은 측면 중간에 기둥이 있을 때 그 기둥에 짜이며 큰보에 직각으로 얹히는 보이다. 그 맞춤은 큰보에 얹히는 보와 같다.


(2) 우미량


우미량은 기둥 위에 짜이지 아니하고 도리나 보 위에 걸쳐 대어 귀 또는 회첨부의 동자주나 대공을 받는 보로서 중간이 위로 휘어오른 보의 총칭이다.

단간비각 등을 오량모임지붕이나 합각지붕으로 할 때는 전후 처마도리 위에 우미량을 걸치고 동자주를 세워 중도리를 받게 한다.

우미량은 도리 또는 보의 중심부위에서 통따넣고 두겁주먹장맞춤으로 한다. 두겁주먹장 대신에 촉꽂아 덮이게도 한다. 통따넣는 것을 생략하고 반턱두겁으로 걸치는 것은 하중이 걸릴 때 짜개질 우려가 있다.

우미량을 휘어올려서 상반부는 중도리가 되게 하기도 한다.

주심포계의 공포재인 초방이 휘어 올라가서 다음 재와 짜인 초방을 우미량이라고도 하지만 홍예초방이라 하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 <<한국건축대계 V - 목조, 264쪽>>(장기인, 보성각)




 고산사 대웅전의 특징 중의 또 한 가지는 공포가 기둥 위에만 올라가 있으니 전형적인 주심포의 공포 배열 방식인데다포 양식에만 있는 평방을 쓴 건물이다. 그리고 툇보가 없이 귀한대가 올라가 있는데, 45'로 걸려 있다 보니 자칫 이 귀한대가 좌우로 뒤틀릴 위험에 놓여 있다. 그래서 귀잡이보 같은 부재 하나를 끼워넣어서 귀한대가 이격이 되지 않게끔 했다. 또한 실제로는 위의 도면에서보다 종도리와 상중도리가 좀 더 내밀고 있어서 이 건물도 합각면이 측면 기둥열까지 많이 나가있는 건물이다.



 고산사 대웅전의 추녀는 특이하게도 종도리의 장혀 밑까지 올라간다. 마치 우진각 지붕이 가지고 있는 추녀 양식을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천정이 우물천정으로 가설되어 있는 터라 실제로 가서 확인하기는 어렵다 한다.   


 일단 여기까지. 아무튼 이 고산사 대웅전 건물을 보고 나서야 우미량이 전면부 측면에도 쓰인다는 걸 처음 보았다. 그런데 그것이 있어 측면부의 합각 하중을 받아줄 수 있다는 걸 이해하게 되니 더욱 놀라워. 그리고 아, 충량! 이렇게 건축 양식은 진화를 해 가는구나
……. 무엇 하나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건 역시 없는 거야. 아,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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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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