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냉이로그 2010. 3. 18. 02:59

오후에도눈이내리기는했지만여태 내리고 있는 줄을 몰랐다.아까 잠깐 나갔다가 본눈은 땅에 닿자마자 녹아버리곤 하더니 어느덧 제법 쌓였다. 그렇다고 한참 폭설이 있던 곳처럼 무릎까지 푹푹 빠지도록쌓인건 아니지만, 녹아 없어질눈일 거라 생각했던 거에 대면제법 쌓였다. 딱 포근하게받아줄만큼만.이 겨울로 치면 끝 눈이 되려는가. 끝이라는 말은 참 슬프기도 하지. 영 너머 저쪽 강원 지방은 지겹다 지겹다 지긋지긋하다 할지 모르지만 마치 봄을 다 나고 힘없이 떨어뜨리는 꽃잎처럼 힘없이 가만가만 내리는모습은 왠지 애닯기만 하다. 잘 가라, 겨울아. 그만 놓아줄게.

잠깐머리 좀 식히겠다고 인터넷 싸이트들을 보다가 진보넷 블로그에서글 하나를 보았다. 그리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삼월 이십 일이 돌아왔다. 일곱 해가 되는 날이 돌아왔다. 그 밤을 어찌 잊을 수가 있겠는가. 그 때 초등학교에 다니던 아이들이 이제는 스무 살 청년이 되었다. 그 또래의 아이들을 기억한다. 어쩜 나보다 건장한 체격의 어른이 되어 있을지 모른다. 새끼 손가락을 걸어 약속을 했더랬다. 아이는 나도 한국으로 데려가 달라 말을 했고 나는 꼭 다시 만나러 올 거라 대답했다.약속이었다. 지켰는가, 나는. 비록 이역만리 그 땅으로 다시 찾아가고 있지는 못하더라도 여기 이 자리에서라도 지키고 있어야 했다. 삶의 자리, 그 어디가 되었건 나와 손가락을 건 그 아이는지금 여기에도 있는 것이고, 나는 그 아이를 만나러 가고 있어야 했다. 탁 선생님이 한 말이었던가, 아님 탁 선생님 반 아이가 한 말이었던가. 들으려 하면 들리고, 보려 하면 보인다는, 그러나 들으려 하지 않으면 영영 들을 수가 없다는 그 말. 여기가 그곳이어야 했고, 그 어느 자리라 해도 그 약속, 그 삶과 닿아 있는 것이어야 했다. 거창한 무엇이 아니다. '적어도, 최소한'의 것들을 지키는 것이면 족했다. 그러나 그 최소한의 것은 언제나 가장 어려운 것이 되어버리고 말아. 나는 지금 어느만큼 물러나 있는 걸까, 아님 여전히 그 길 위를 걷고 있다 할 수 있기는 하는 걸까. 손가락을 걸어 약속을 한 녀석에게로 가는 그 길.

진보넷 블로그땡땡이 앳 홈에서 옮겨온 글


이번 주 토요일은 3월 20일, 이라크 침공이 7년이 되는 날입니다.


미국은 마치 이라크 전쟁이 끝난 것처럼 선전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라크에서는 전쟁과 점령 이전보다 더 많은 갈등과 폭력이 발생하고 있고요. 오랜 전쟁으로 이라크 민중들이 입은 상처는 아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라크의 석유 자원을 노려온 다국적 기업들은 이러한 상황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미국과 이라크 정부의 도움을 받아 물만난 물고기처럼 석유 자원을 약탈해 가고 있죠.

그 동안 매년 3월 20일 즈음해서 크게 반전 집회가 열렸었는데요. 지난 달에 아프가니스탄 파병 건으로 서울역에서 집회를 열고 그래서인지 이번에는 미처 320집회를 준비할 여력이 모아지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난 일요일 오후에 <경계를넘어>, <전쟁없는 세상>, <피자매연대(조약골)> 등 몇몇 사람들이 모여서 이 날에 작게라도 이라크와 함께하는 문화제를 열어서 지난 7년 간의 이라크 전쟁과 점령을 기억하고, 이라크에서 전쟁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음을 알리는 문화제를 열어보자고 마음을 모았습니다.

명칭은<3.20 이라크와 함께하는 평화 문화제 "전쟁은 이제 그만!">이고요.
3월 20일 저녁 6시부터 홍대앞 걷고싶은 거리에서 개최됩니다.
"나에게 이라크는 [네모]다"를 주제로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이야기 하거나, 시나 글 낭송, 노래, 몸짓 등 무엇이든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을 준비해오셔서 누구나 문화제에 참여하실 수 있어요.

이메일 peace@withoutwar.org로 문화제에 대한 의견이나 문화제 참가 신청을보내주세요. 문화제 당일에 오셔서 참가 신청을 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문화제 트위터 계정 http://twitter.com/320iraqpeace 을 통해서도 "나에게 이라크는 [네모]다" 이야기를 받고 있습니다.

그럼, <320 이라크와 함께하는 평화 문화제 "전쟁은 이제 그만!">에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려요~!!

이렇게나마 잊지 않고 기억해 깨어있게 해주는 친구들이 고마울 뿐이다. 미리 약속하고 있는 것이 있어 아마 이 날 가보기는 어려울 듯 하지만, 혹시 몰라. 잠깐 짬이 나면 들러볼 수 있으려는지도. 글쎄, 이 블로그를 봐주시는 분들에게 무슨 제안 비슷한 건 한 번도 해보지 않았고, 해본들 왠지 썰렁할 것만 같아 지레 엄두를 내지도 못하곤 했는데, 썰렁하면 뭐 어떠나 하고생각하니용기가 났다. 이 날 작은문화제를 준비하는 팀들이 쓴 글을 보니"나에게 이라크는 [ ] 다" 에 빈칸을 채운 것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기도 한다 하는데, 촛불 하나 켜는 마음으로 그 빈칸 채우기를 함께 이어보면 어떨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굳이 대단한 은유나 상징, 혹은 재치 따위를 찾느라 고심하지 않아도 좋겠다 싶다. 오히려 그런 것 하나 없는 벌거숭이의 말이 더 좋으면 몰라도. 어느정도 모아지게 되면 문화제 준비하는 쪽으로 보내도 좋을 것 같아. 방문자 숫자에 비해 빈칸 잇기가 얼마 되지 않더라도 그렇게 슬퍼하거나 그러지는 않을 준비가 되어 있다.자, 그럼 손마이크를 입에 대고, "아, 아, 아…… 냉이로그 방문자 여러분! 그러면 여기 꼬리말 쓰기에 그 빈칸 채운 것을 이어주세요.그렇게 우리의 가난하고 초라한 촛불을 하나,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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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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