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탑 전탑

굴 속의 시간 2010. 4. 13. 00:44

조탑 전탑

할아버지 집엘 그렇게 다니면서도 이 탑을 제대로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구나. 그저 오층전탑이 있다고만 알고 있었지, 탑이 있어 마을 이름이 조탑리인가 하고 혼자 생각해보기도 했지. 전탑이라는 게 어떤 건지도 이 공부를 하면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고, 이 조탑오층전탑이 흔치 않은 귀한 탑이라는 것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할아버지 오두막을 돌아나오면서 이 탑 앞에 가서 서는데 왠지 쑥스러워. 탑이 내려다보면서 뭐라고 하는 것도 같아. 지금껏 맨날 모른 척 지나치기만 하더니 이제야 아는 척을 하느냐구.

높고 크다. 기단이 흙으로 되어 있다. 토축 기단은 처음 본다. 가구식 기단이니 장대석 기단이니 하는 것들만 봐왔지 흙기단은 정말 처음이야. 게다가 잘 보니 1층의 탑신은 전돌이 아니라 화강암이다. 그 위로 1층 옥개석부터는 탑신과 옥개석들이 모두 전돌. 그것도 나름 이것만의 특징이라면 특징이겠다. 상륜부는 남아 있질 않아. 오래된 탑들은 대부분 상륜부가 없어진 상태인데 일제시대 때 일본인들이 가지고 갔다고도 하고, 한국전쟁 때 외국군인들이 많이 가져갔다고도 한다.

화강석으로 된 1층 몸돌의 남쪽에는 이처럼 감실이 나 있다. 부처님의 사리를 넣어놓는 곳.

감실의 양 옆에는 인왕상이 주먹을 불끈, 가위바위보를 하는 자세로 서 있다.

1층 몸돌의 받침을 보면 마치 돌을 네 겹으로 쌓은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의 돌을 그렇게 깎아놓은 거였다. 그 시대 석공 아저씨들 힘들었겠다. ^ ^ 그리고 특히 눈여겨 본 곳은 모서리 쪽 돌인데 이 모서리돌(귀틀석)은 하나로 되어 있다.

전돌들 가운데에는 이처럼 문양이 남아 있는 것들이 있다.

탑 앞에 서기 전에 미리 안내판을 읽어보는데 몸돌(탑신)이 2층부터는 급격히 줄어든다고 했다. 그거야 한 눈에 보이는 거. 그래도 다시 눈에 담아놓느라 올려다보다가 옥개석 하부 내밀기 갯수를 세어보았다. 참 할 일도 없지, 별 걸 다 세어본다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세어봤다. 지난 번 정림사지 5층석탑 자료를 보거나 할 때도 별 중요할 것 같지도 않은 층별 돌 갯수 같은 걸 분석해놓고 그러기에 뜻도 모르면서 그냥 세어보았다. 쩝. (아이큐가 나빠!) 암튼 세어보니 1층 옥개석의 하부 내밀기는 열, 2층에서는 아홉, 3층은 여덟, 4층은 일곱, 5층은 넷이다. 나름 착착착착 줄어든다. 그런데 그 숫자에 무슨 비밀이 숨어 있는지는 몰라. (어쩜 아무 비밀이 없을지도 몰라. ㅠㅠ)

전탑이니 통일신라 시대에 만들어졌을 거라 짐작이 가능하기는 하다. 안동의 동부동 오층전탑과 비슷한 모양이라는데 기차역과 터미널 사이에 있다는 그 탑은 아직 찾아보질 않았다. 글쎄, 전처럼 정리를 했더라면 토축기단 부분이라거나 전탑을 둘러싼 부분들에 대해 다시금 배웠던 것들을 뒤적여가며 매달렸겠지만 지금은 도무지 그럴 정신도, 여유도 없다. 그저 사진기에 찍어온 것들을 옮겨놓기에도 벅차기만 해.

암튼 너무나도 눈에 익은 저 전탑을 하나하나 뜯어 살펴보고 왔다. 이번에 빌뱅이 언덕에 가서도 할아버지 오두막을 이런식으로 뜯어보기만 하더니, 눈길 주지 않던 전탑에도 이처럼 나름 뜯어보고 왔다. 탑 할머니도, 오두막 할아버지도 "이 녀석이뭘 잘못 먹었기에 이렇게 샅샅 뜯어보나?" 했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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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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