롸잇나우

냉이로그 2010. 11. 21. 11:33

아침이라기엔 늦은 시간인데 일요일이라고 늦은 아침들인가. 일층부터 계단을 올라오는데 어느 집에서 끓인 건지 청국장 냄새가 죽여준다. 문 두드리고 들어가 밥 한 그릇만주세요, 하고 싶을 만큼.

뱃속에서 천둥 개구리같은 꾸룩꾸룩 소리가 얼마나 힘차게 나는지 밥 먹으로 집엘 왔다. 아침 일찍에는 아직 뭐가 먹히지가 않을 것 같아 단감 두 개 깎아 먹고 갔더랬는데, 도서관 닿자마자부터 배가 고파왔다. ㅠㅠ 몸 움직이는 게 너무 부족한 듯 하여 이제부턴 다시 도서관 다닐 때 차를 끌지 않고 걸어걸어 가곤 하는데, 거까지 가고 나면 그제야 배가 막 고파진다. 그런데다 이 눔의 도서관은 왜 매점 같은 거 하나 없이 허허벌판에 있냔 말이다.

오랜만에 서울에서 행복했다.서울교육청쪽에서 시작하여 서울기상관측소, 월암공원 쪽으로 성곽 유구가 남아 있는 곳들부터 사직터널 위 옛 돈의문 터에서 인왕산 자락을 따라 서울 도성의성곽을 걸었다.인왕산의 봉우리 두 개를 넘어 창의문을 지나고 다시가파른 북악을 올라 북악마루와 청운대, 곡성을 지나사대문의 북문인숙정문 앞에 섰다. 홍예 문루로는 유일하게 암문 형식을 가지고 통으로 홍예 구조를갖추고 있다는 그것.그리곤 다시도성의 동북 방향으로 이어지는 성곽길을 따랐고, 그 뒤로는 겨우 유구만 남아 경신중학교담장의 기초석처럼 남아 있고, 혜성교회와 서울시장공관사의 축대처럼 남아 있는 그것들을 더듬더듬, 그렇게 도성의 동소문으로 있던 혜화문까지.

서울에서 나고 자라 그곳을 떠나기 전까지 적어도 삼십 년을 살았건만, 그제야 비로소 서울을 제대로 보는 것만 같았다. 건축은 시대의 모습을 담는 그릇이라고, 인간의 정신과 삶을 대지 위에 새겨놓은 구축물이라던 김봉렬 선생의 말을 짐작으로나마 어렴풋 알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아, 배가 고파. 찰랑찰랑 밥이 다 되어 가는 소리가 난다. 뜬금없는 소리이기는 한데 전부터 생각했지만 박재상은 참으로 뛰어난 예술가가 맞다.요즘에는 어딜 지나다 "뭐야, 이거? 내 목에 기계 소리 빼" 하고 나오기 시작하면 벌써 들썩, 에네르기파!싸이가 뛰라면 뛰어야 해. 발음봐라, 이거. 지금브터밋쳐벌란다. 롸잇나우.

그리고 아, 그참. 그 동안 전화문자쪽지메일덧글 그런 거 그냥 꿀꺽꿀꺽한 것들에 대해 일일이 다 어띃게 답해야 할지 민망지송하기만 한데, 그저 알아서들이해해주실 거라……. 잘 쉬고, 잘 싸돌아다니고,여관잠에 행복해하면서이 생각 저 생각. 어쩌다 이렇게 생겨먹었는지 혼자인 거가 젤로 자유롭더라. 체질이 그런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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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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