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가본 길

냉이로그 2010. 11. 29. 19:59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었다. 어제 눈길을 밟으러 나간 장릉 뒤편 보덕사 쪽으로 난 길에서 한 쪽으로 살짝 틀어져 있는 길. 호기심이나 모험심이 그리 넘치지 않는 나로서는 가보지 않은 길이라 하여 어떤 끌림이라 유혹 같은 것이 그닥 큰 편은 아니지만, 그런데도 부러 다시 찾아나선 건 예쁜 길 하나를 찾아놓고 싶어. 어쩌면 그리 들어가면 생각지 못한, 그런 길이 나올지도 모르잖아.

당나귀 발자국은 말고 고라니 발자국을 따라가 보았네. 물을 먹고 있다가 놀라는 것 같았어.후다닥달아나는 모습에얼마나 미안하던지.나 때문에 방해가 되었나봐. 그런데 고라니야, 그거 아니? 그전에는무조건 미안, 미안, 미안하기만 했는데, 이제는달아나는 너 때문에 나도 상처를 받더라. 그러지말고한 번만이라도 내 눈을 들여다보기라도 해주었다면…….


이렇게 보니까 왠지 저리 올라가다 보면 시크릿가든의 그 신비가든인지 뭔지 하는 백숙집이 나올 거 같기도 하잖아. 너무 웃겨 김주원, 구두코로땅바닥을콕콕 찧는 장면에서는 혼자서 보다가 아주 빵빵 터져버렸다. 기특하게도 연기를 재미나게도 잘들 하는구나. 아우, 나도 그런 백숙집을 만나, 꽃술 두 병을 받아다 영혼 체인지를 할 수 있다면 그거 누구랑 나눠 마실까. 기왕에 바꾸려면 젤로 부러워보이는 사람하고 바꿔야지, 하고 심심풀이삼아 떠올리기를 하는데도무지 없구나. 그렇다고 내가 무슨 상팔자 중의 상팔자라 그렇다는 게 아니고, 도대체 이 불안한 영혼이 들어가 있어 편안할 수 있는 존재의 집이 있기는 하겠냐는 거지.결국 지금의 내 영혼이 가장 편할 수 있는 몸뚱아리는 지금의 나밖에 없을 것 같다는.그거야 내가 아니라 누구라도 그러하겠지.

아아, 좋은 생각났다. 아까 만난 그 애, 고라니를 잘 꼬셔서 그 꽃술을 나눠마시는 거야. 너, 나랑 영혼 바꾸자. 아니, 몸뚱이를 바꾸는 건가? 뭐가 되었건. 너하고라면 괜찮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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