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과 은

냉이로그 2017. 7. 6. 09:54

 

 

 칠월 이일, 근이가 왔다. 군에서 제대하고 삼월 학기에 복학할 때까지 지내다가 올라가, 여름방학을 맞았다고 제주엘 내려왔다. 감자는, 근이 형이 온다는 말에, 벌써 며칠 전부터 주먹을 꼭 쥐고는 신난다, 만세를 외쳤고, 상근이 형아는? 하면서 노래를 불러대었다. 그렇게나 기다리던 근이 형아가 감자품자네 집엘 내려와. 

 칠월 삼일, 은이가 왔다. 얼마만인가. 언제 보고 못 보았더라. 문경에서 샨티라는 대안학교를 다닐 적, 마침 당시 내 현장이 상주에 있어서 그 학교엘 찾아간 일이 있었다. 그리고 그 몇 달 뒤, 가출인지 몬지, 아니 기숙사 생활이었으니 가출은 아니고 무단외박 쯤이 되려나. 그러고서는 영월 집으로 찾아와. 그게 다녔나 보다. 모 중간중간 어느 결혼식 자리거나, 어느 모임에서 아주 못 본 거는 아니지만, 그렇게 만난 거야 만난 걸로 치기에는 아쉬움이 너무 많으니. 그렇게나 오래 못 만나던, 못 만난 사이에 훌쩍 커버린 은이도 그 다음 날로 왔다. 감자품자하고는 처음인 만남.

 

 

 어쩌다 보니 근이와 은이가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있었고, 그 발 아래로 감자, 품자가 있기에, 넷이서 사진 한 번 찍자! 했는데, 하하하, 이렇게 넷이 다 나오는 사진을 찍기가 얼마나 힘이 들던지 ㅎㅎ 감자는 이제 사진 찍는 거를 알아, 전화기를 들어 사진찍는 자세를 잡으면 어디론가 달아나면서 장난을 쳐. 엄마나 아빠가 한 번만 찍자고, 그래달라고 조르면, 그게 더 재미있는지, 달아나면서 약을 올려.

 

 

 

 

 근이는 오랫동안 머물 예정이지만, 은이는 이틀밤을 머물고 양양으로 올라가. 지금은 사잇골 농사를 도맡아 하면서, 농삿일로 사회적기업을 준비하는 원이 형을 도와 함께 일을 하고 있다던가. 게다가 당장은 이웃집 샘네 장작을 패주기로 약속한 일이 있다면서, 더 미룰 수가 없어 바로 올라가야 하던. 주말을 함께 보낸 것도 아니었으니, 고작 이틀밤은 너무도 짧아. 이젠 둘 다 스무살을 넘어, 아마 작정하고 먹자면 나보다 술이 더 셀 그 녀석들과 밤마다 막걸리를 받았다. 첫날밤은 오랜만에 만난 은이 얘기를.

 

 

 

 

 근이는, 달래가 놀라워할 정도로, 아기들을 잘 돌봐. 글쎄, 특별히 몰 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감자와 품자는 병아리가 어미닭을 쫓아다니듯, 근이만 쫓아다녀. 그래서 내가 퇴근하고 들어가면 달래가 얼굴이 활짝 피어 있곤 했다. 정말로 신기하다고, 얘네들이 근이 곁을 떠나질 않는다고. 어쩜 그렇게 형을 좋아하는지, 근이 곁에만 바짝 붙어 있다고. 

 아닌 게 아니라 이른 아침 내가 운동을 하고 들어오면, 감자가 깰 때가 있어. 그러면 땀을 씻지도 못한 채 감자와 놀아주어야 하는데, 근이가 온 뒤로는, 감자는 근이가 자는 방으로 뛰어들어. 그러고는 "상근이 형, 일어나!"를 열번이고 스무번이고, 근이가 일어날 때까지 그 앞에서 노래를 해. "상근이 형, 밖에" 이 소리는 마루로 나오라는 얘기인데, "상근이 형, 일어나!" 와 "상근이 형, 밖에!" 를 무한반복으로. 그래도 근이가 잠에서 깨질 못하면, 그 앞에 선 채로 아아아아아아앙 울음을 터뜨리는. 

 심지어는 밖에서 일을 하다가 달래에게 카톡이 들어왔는데, 감자 품자 둘 다 잠 들었는데, 감자는 근이가 재웠더라나 ㅎㅎ 이야아아, 재우는 것까지 하면은 이젠 다 한다는 소리네. 하긴, 오늘 아침에만 해도 감자는 "감자야, 누가 최고야?" 하고 물으니 "상근이 형!"이라고 대답을. "아빠는 이제 최고 아니야?" 하니까 "아빠 최고 아니야!". "엄마는?" 하고 물어봐도 "엄마 최고 아니야, 상근이 형이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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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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