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립미술관

감자로그 2017. 7. 3. 10:22

 

 어떤 전시가 열리는지를 잘 알아서 간 건 아니. 그러니 무슨 계획을 두고 움직인 건 더더욱 아니었다. 말하자면 더위를 피해, 피서를 할 겸. 어디 바깥 나들이를 나가기에는 너무 더워. 주말동안 비가 올 거라더니, 습기만 가득꽉꽉, 후덥후덥에 습습후후. 바깥으로 다니다가는 금세 지쳐버릴 것만 같아서, 그럼 어디가 좋을까, 실내로 들어갈만한 데가 어디 없을까, 하다가 도립미술관떠올렸던 거. 그래서 혹시나 싶어 홈페이지 검색을 하였더니 <키워드 한국미술 2017 : 광장예술 - 횃불에서 촛불로> 라는 제목의 기획전을 하고 있다고.

 전시제목이랑 포스터만 보고는, 어떤 작가들의 작품들이, 어떤 기획으로 있는지도 잘 알 수는 없었고, 그저 끌리는 마음이 들어, 그럼 여기에 가보자! 하고 나선 길이었다. (물론 그 마음 중의 반은 '미술관은 시원하겠지!' 하는 거란 거는 미리 고백한 그대로ㅎ) 

 

 

 

 

 전시를 보고 나와 피네 아저씨의 얘기를 잠깐, 그리고 병수 아저씨하고도 통화를 하게 되었는데, 아저씨들 얘기를 듣자니, 전체 기획에 비추어서는 적잖이 아쉬움이 찾아졌지만, 그래도 나로서는 평소 이름으로만 들어오던 작가들, 오윤이니 류연복, 임옥상, 홍성담, 손장섭, 박불똥 같은 작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었다. 말하자면 기획이랄 건 없었지만, 이 시대를 그려온 민중파 현장미술 작가들의 컬렉션이었달까. 어떤 작품, 이를테면 노순택의 사진 이미지와 글귀 같은 경우는, 답답하던 어떤 심정을 망치로 때려, 뚫어주는 것 같은 고마움이 있었고, 송경동이 직접 쓴 손글씨 시는 손바닥 만한 종이이거나 모니터로 볼 때와는 또다른 울림을 주는.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던, 바닷속에 가라앉은 어둔 선실로 들어가게 해주던 어둔 장막의 공간.

 

 

 뛰어다니는 감자와, 그날따라 속이 불편했던지 엄마 품을 파고드는 품자를 안고서 꺾이고 꺾이는 미술관을 돌아보면서, 반갑게도 감자와 품자를 다정하게 안아주는 큰아빠들 작품들도 중간중간 함께 만나.

 

 

 

 

 감자야, 품자야 하고 불러주는 큰아빠들 그림이라 하니, 감자도 알아듣는 얼굴을 해. 이젠 제법 말을 알아듣고 있으니, 감자도 다른 작품들 앞에 설 때랑은 또다른 기분이 들어서인 건지. 암튼 이날 도립미술관의 나들이는 뜻하지 않게 좋았다. (사실 애초 뜻이라는 게 피서 목적이 아니었던가 ㅋ) 큰아빠들 작품 앞에서 찍은 인증샷들을 보내어 오랜만에 안부를 물었고, 큰아빠들도 감자품자의 모습을 받아보고 너무도 반겨해.

 

 

 우리는 미술관에서 나와 가까이에 있는 밥집엘 가서 밥을 먹었고, 아하하하, 품자는 그래서 내내 불편한 얼굴이었니? 한참 밥을 먹고 있을 때 응가를 시원하게 했는지, 그때부턴 다시 생글생글 기분이 좋아. 그 땡볕에서 기저귀를 어디에서 갈아야 하나, 하다가 미술관 내에 수유실이 있던 게 떠올라 다시 미술관으로 들어가 품자를 내려놓는데, 엉엉엉, 품자의 응가가 다 번져나와, 품자를 안고 있던 아빠 웃도리에도 누런 품자의 응가 물이 배어. 싸고 났으니 시원하다고 품자는 계속 싱글벙글이고, 아빠는 미술관 화장실에 들어가 웃통을 벗고 비누칠에 빨래를, 품자가 입던 바지에도 누런 응가가 풍덩 물들어, 품자 바지도 비누칠에 박박. 그랬어도 날이 얼마나 더웠는지, 다 젖은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데도 금세 마르더라. 그렇게 마무리를 했던 감자품자네 미술관 나들이.  

 

 2층 전시실

 

 집에 돌아와 전시 리플렛을 천천히 다시 보다 보니, 어, 어, 어? 하면서 우리가 기억을 못해 그런 건지, 어떤 작가들 작품은 아무래도 못 보고 온 것 같았다. 그러고보니 그 기획전은 미술관 내 1, 2층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었는데, 우리는 그만 1층 공간만 돌아보고 온 거. 미술관이 워낙 크다 보니 1층 전시실을 돌아보는 데만도 한참 걸렸고, 그것만으로도 다 봤다 싶어, 2층으로도 이어진다는 걸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거.  

 그래서 어제는 혼자서라도 그 미술관을 다시 찾았다. 마침 도립미술관은 한라산 천백도로 들머리에 있으니, 어리목 현장에서 일을 하다 점심시간을 끼고 연동에 있는 사무실로 내려오던 길. 그러니 평소에도 한라산을 다닐 때마다 그 미술관 앞은 숱하게도 지나다니고 있었어.

 

 

 와우, 2층 전시실도 1층과 다름없는 공간으로, 1층에 있었던 작품만큼이나 많은 작품들이 걸려 있어. 1층에 비해서는 사진이나 영상물, 설치물들이 많아 좀 느낌이 다르긴 했지만, 감자품자달래랑 갔을 때 그 위로 올라가지 않았던 게 얼마나 후회되던지.

 그래서 언제 한 번 더 다녀가면 좋겠다, 하며 작품들을 보고 있는데, 혹시 싶어 보았더니 우와아아아!

 

 

 전시 작품 가운데 제주촛불의 사진작품들도 몇 점이 걸려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 혹시 감자도 이 안에 있을까 하여 찾아보았더니, 한 귀퉁이에 감자랑 품자랑 엄마아빠가 촛불을 켜고 앉아 있는 게 눈에 띄어. 물론 저 사진에서 감자네 식구를 찾기란 거의 윌리를 찾아라 수준에 가깝긴 하지만, 나로서는 내가 저 대열의 어디쯤에 있었던 걸 알기에, 한 번에 찾을 수가 있었어.

 하하하, 감자야, 나중에 오면은 여기에서 감자 찾아보자. 엄마는 어딨나, 품자는 어딨나, 아빠는 어딨나 ㅎㅎㅎ

 하여 달래에게도 이 사진들을 보여주곤, 조만간 다시 미술관 피서를 나서보기로 하였다. 지금 집에 와 있는 근이 형아랑도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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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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