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

냉이로그 2016. 10. 26. 16:22

 

 

 엉망진창인 줄이야 진작에 알았지만, 내 나라는 이렇게나 부끄러웁고, 나는 이렇게나 못나고도 어리석은 국민이라는 걸. 광화문에선 일단 내일부터 시작해 11월 11일까지 날마다 행진을 시작할 거라 하는데, 이 섬에선어딜 가야 그 행렬에 걸음을 보탤 수 있을까.

 

 

 감자야, 미안하다. 이땅 어른들이 이것밖에 되지를 못하네. 어떡하니, 품자야. 그래도 끝내 너희들이 살아가야할 이땅인 걸. 못나고도 못났다, 박근혜니 최순실이니 하는 이름을 거명할 것도 없이, 그네들이 저지르고 있는 짓들을 두 눈 뜬 채로 그대로 보고만 있어온 못나도록 순진한, 어리석을 정도로 선한, 이 땅의 슬픈 백성들. 이대로 두 눈 뜬 채 가만히 보고만 있으면서, 감자품자가 살아갈 세상이 지금보다 낫기를 바란다는 건, 그 얼마나 헛된 망상이겠는지.

 고백하자면 피곤하게 여기기만 한지가 꽤 오래되었다. 온갖 이유들을 들며 내 안에 있는 정치허무주의를 감싸들기만 했어. 끝내 저들이 바라는 게 그 허무주의며 피곤증이라는 걸 모르지 않으면서도. 이 땅은 점점 더 엉망진창이 되어가는구나. 큰도둑들이 빼앗아가고, 그 아래에서 작은 도둑질이라도 해야 살아갈 수가 있고, 누군가를 밟고 올라야 하고, 또 누군가를 떼밀어야만 그나마 내 자리를 건사할 수 있는, 아수라장이 된지 오래.

 너희가 살아갈 세상이란다, 아가들에게 부끄러워.

 감자, 품자야 우리도 엄마 아빠랑 어디로든 나가자. 엄마아빠랑 예쁘게 손피켓 만들어, 품자 유모차에 태우고, 감자 아빠 목에 걸어 앉히고, 우리는 바보가 아니라 외칠 수 있는 현장으로. 우리는 바보가 아니에요, 우리는 바보가 아닙니다. 우리는 두 눈 뜬 채로 가만히 보고만 있는 개돼지가 아니에요. 우리는 하늘같은 백성, 이 땅의 주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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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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