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두바퀴

감자로그 2016. 10. 18. 09:55

 

 감자가 우리에게 온지 두 해가 되던 날. 지구별을 타고 두 바퀴를 꽉 채워 돌게 된. 

 

 

 벌써 두 해가 지나. 앞으로 또 두 해를 생각하면 까마득하기만 한데, 그때 가서는 또 훌쩍 지나버린 기분이기만 할까. 감자 두 돌을 앞두고 토요일 밤부터 두 해 전 그 시간들이 생각나. 밤 열두시부터 진통이 시작, 그렇게 하여 스물네 시간을 지나 다시 밤 열두시, 그리고 이틀째 되던 그 이듬날 열한시 사십구분까지. 그 시간들이 그대로 살아 떠올랐다. 그 어둡고 막막하던 조리원의 조그만 방 안, 그 안에서 달래와 함께 감자를 기다리던.

 

 

 

  감자는 기억나니? 그때 엄마 뱃속에서 나오려고 서른다섯 시간을 넘게.

 

 

 

  감자는 또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랬네, 그때. 그렇게 엄마아빠 품으로 나와 어느 새 두 해. 가을겨울봄여름, 그리고 또 가을겨울봄여름.

 

 

 어땠니, 감자야. 지구별을 두 바퀴. 세상에 나와보니 그래도 좋았니. 엄마아빠랑 사는 거 아주 나쁘지는 않았을까. 감자 얘기를 들을 수는 없었지만, 달래와 나는 그저 고맙기만. 고맙습니다, 감자를 만나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건강하게 자랄 수 있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자야, 네가 그렇게 왔단다. 엄마아빠에게, 그리고 이 지구 땅별 위에.

 

 

 감자가 있어, 그리고 품자가 있어 엄마아빠는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아빠는 자꾸만 못난 사람이 되어가고만 있지만, 그래도 감자가 있어서, 품자가 있어서.

 

 

 그리고 감자가 지구별 두바퀴를 돌아올 때까지, 무엇보다 고마운 건 엄마. 아빠는 엄마가 이렇게나 엄마같은 엄마가 될 줄을 몰랐어 ㅎ  

 

 

 품자도 형아야 생일을 한껏 축하하는 얼굴야. 감자 형아야가 품자에게 그림책을 보여주고, 품자 얼굴을 보듬어 입을 맞춰줄 때마다 품자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아직도 감자는 아기인데, 아직 한참 엄마아빠의 눈길손길사랑을 한몸에 받아야 할 아기인데, 품자가 너무 일찍 찾아준 바람에, 그 자리를 너무 일찍 동생에게 물려주게 한 것 같아 미안코 안쓰러운 때가 얼마나 많던지. 하지만 감자도 품자가 있어 행복할 거라고. 감자에게 품자가, 그리고 품자에게 감자가, 그렇게 언니가 되고 아우가 되고, 곁이 되는 행복을 알고, 더 많은 동무와 이웃과 이웃들과 곁이 되어갈 수 있는.

 

 

 감자가 지구별 두바퀴 되던 날, 겨우 이렇게 소박하게 촛불을 켰네. 지난 한 주, 아빠가 회사일로 내내 휘청거리고, 주말동안 몸살로 몸져 눕다시피하느라 아무 것도 준비를 못해. 머리에 고깔모자 하나 씌워주질 못하고, 편지 한 줄, 그림 하나 준비하질 못하고, 생일상에 올려놓을 사진 한 장 뽑아놓은 것 없이, 그저 덩그라니 당근빵 하나에 촛불 하나.

 

 

 그래도 엄마랑 감자랑, 품자랑 함께 행복하게 촛불을 끌 수 있어 얼마나 행복하던지.

 

 

 고작 하룻밤 지난 어제 일인데도, 오늘 아침, 이 사진들을 보면서 아빠는 자꾸만 울컥을 해. 마치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나 되돌아보기라도 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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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냉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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