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냉이로그 2016. 8. 30. 18:02

 

 

 

 한라산 공사를 마치고 회사에서 좀 편하게 해주고 있다. 그 공사 뒤로 입찰이 된 다음 공사가 없기에, 그러니 좀 쉬다 오라며 회사 호텔에 가서 며칠이라도 지내다 오라는 얘기까지. 갑작스레 들은 얘기라 이게 몬가 싶어 당황스럽기까지. 일단은 집에 가서 물어보겠다고, 아기들이 어려서 바깥에 잠자리를 두는 게 오히려 고생이라 잘 모르겠다는 대답을 한 뒤에, 달래에게 그 얘길 전하니, 좋아라 하면서도 막상 계획을 하려니 망설여져. 그래서 며칠을 지내다 오는 건 말고, 딱 하룻밤만, 그렇게 하자고. (ㅎㅎ 하룻밤을 자고 나올 때는, 며칠 더 쓴다고 그럴 걸 그랬나? 하기도 했지만 ㅋ)

 

 호텔방도 호텔방이지만, 그보다는 그동안 고생한 걸 회사에서 알아주는 것 같아, 그게 좋았다. 여름내 한라산을 오르내리며, 그 꼭대기로 헬리콥터에 자재를 대롱대롱 싣고 오르내리며, 애를 태웠던 시간들.

 

 앗! 그런데 막상, 숙소가 생기기는 했는데, 아무런 프로그램이 없는 거라. 그때까지만 해도 푹푹 찌는 폭염 더위, 서귀포에 있는 호텔이라니, 쇠소깍이든 외돌개든 아님 용머리해안이든 멋지다는 곳들이 손에 꼽아지기는 하지만, 그 더위에 아가 둘을 안고지고 다닐 엄두가 나지 않아. 어쩐다, 몰 하면 조으까. 그렇다고 관광객들 혼을 쏙쏙 빼먹으려 만들어놓은 잡다한 박물관 순례 따위는 하고싶지가 않아, 어쩔까, 어쩔까 하다가 일단 밥먹을 곳부터 정하고 보자, 며 대평리로 넘어가.

 

 

 

 집에서 차를 타고 나가자마자 카시트에서 눈을 감아, 한 시간 가까이 (아빠가 네비를 잘못 찍어서 계속 길을 잃고 헤매느라 ㅠㅠ)  땀을 뻘뻘 흘리며 잠을 자던 감자. 식당 안으로 번쩍 안고 들어가, 자리에 내려놓으니, 눈이 반짝, 얼굴이 쫘악 펴졌다.

 

 

 

 

 

 

 

 그러고 나서 찾아가게 된 데가 '반 고흐 인사이드'라는 전시가 열리고 있는 어느 미술관. 그 전날 저녁까지도, 서귀포에 내려가 몰 해야 할지 못 정하고 있을 때, 하귀에 장을 보러 나갔다가 우연히 만난 라다 이모야가 알려준 거. 지금 중문에 가면 그런 전시가 있다고, 원화전은 아니지만 슬라이드 같은 것으로 해서 이른바 '빛과 음악의 향연'이라는 부제로 고흐의 작품과 생애를 담은 전시가 있는데 꽤나 괜찮더라며 알려주어.

 

 그래서 찾아간 고흐 할아버지의 그림들로 꽉 채워진 낯선 공간.

 

 

 

 

 

 

 

 그러곤 숙소엘 돌아갔다. 회사에서 제공해준, 생전 처음 들어가보는 스위트디럭스라는 이름의 호텔방. 세상에나, 하룻밤 잠자리가 감자네 집 한 달 월세랑 똑같으네. 이런 데를 돈을 내고 자기도 하고 그러는가 ㅠㅠ 암튼 그날 밤엔 그 커다란 침대 하나씩을 아빠랑 감자가, 엄마랑 품자가 차지하고선 ㅎ

 

 

 

  

 

 

 

 다음 날 아침에도 계획한 일정이 없기는 마찬가지 ^ ^ 게다가 아침부터 비가 오락가락이라 비가 가려지는 데를 가야 할지, 그냥 바깥으로 가도 좋을지를 정할 수가 없어. 그러다가 감자네 식구가 바깥으로 나왔을 땐 비가 그치고 날이 좋아지고 있어.

 

 그냥 고민말고, 지난 밤에 산책 갔던 자구리공원에나 다시 가서 놀자, 고 결정. 무엇보다 감자가 신나게 뛰어놀 수 있어야지, 어젯 밤 간 델 또 가면은 어때, 괜히 여기저기 인증하러 돌아다니는 것보다야 좋았던 데에서 실컷 노는 게 최고지 ^ ^  

 

 

 

 

 

 

 

 

 서귀포 일박이일을 하고난 다음 날, 돌문화공원. 사실 회사에서 며칠이라도 쓰라던 호텔을 하룻밤이면 되겠다고 한 거에는, 다음 날로 예정된 돌문화공원의 뮤직페스티벌이 컸다 ㅎㅎ 달래가 이 공연을 기다린 건 한 달도 더 된 일.

 

 그러니까 모냐면, 그 뮤페에 국카스텐이 오기로 했다는 거. 얼마 전부터야 복면가왕이라는 프로그램에 음악대장 가면을 쓰고 나와,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탄 인기 뮤지션이 되었지만, 달래는 그보다 훨씬 전, 나가수니 복면가왕이니 하는 티비 프로에 나오기 전, 그리 알려지지 않은 인디 뮤지션일 때부터 열광하며 좋아하던 매니아. 안동에 살고, 영월에 살던 때부터 국카스텐 공연이 있다고 하면 서울로, 대구로, 부산으로 쫓아다니며, 심야버스를 타고 돌아와 다음 날 수업에 들어가곤 하던.

 

 그러던 국카가 제주엘 온다는 거였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공연장을 찾아 실컷 뛰다 오겠다는 거. 공연장이 어떻게 생겼을지, 관객 수나 그 분위기가 어떨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달래는 무대 가까이로 바짝, 땀 뻘뻘 흘리며 뛰다 와야 하지 않을까 싶으니, 그럼 감자랑 품자는 아빠가 보는 걸로. 공연장의 앰프 출력이 어느 정도나 될지, 객석의 열기가 어느 정도일지, 어쨌건 너무 큰 소리 한 가운데로는 품자를 안고 들어가 있을 수가 없을 테니, 공연장 언저리에서 아빠가 두 아가를. 

 

 그렇게 작전을 짜며 기다리던, 국카스뎅을 영접하러 나간 뮤직페스티벌이었다 ㅎㅎ  

 

   

 

 (처음에는 요기에다 공연장에서 뛰고 노는 달래와, 그런 달래를 보며 깜짝 놀란 표정을 하는 감자의 동영상을 올렸으나, 달래의 검열에 걸려서 동영상은 내리고, 그 영상에서 캡쳐한 이 사진으로 대체 ㅎㅎ)

 

 하지만 생각한 것처럼, 엄마 따로, 나머지 세 식구 따로일 거까지는 없던 공연장. 무대 맨 뒤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싶었는지, 아무래도 아빠와 아가 둘만 떼어놓고는 맘편하게 놀 수가 없겠어서인지, 달래도 무대 맨 뒤에서 함께 공연을 즐겨.

 

 나중에 집에 돌아와, 찍어놓았던 동영상을 보는데, 푸하하하하 엄마를 쳐다보는 감자의 저 표정 ㅎㅎ 엄마, 모하는 거야? 하는 얼굴이지 모야. 엄마 왜 그래? ㅋㅋ 그러더니 품자에게로 가서 마치, 엄마대신 품자를 돌보아주려는 듯한 모습까지, 푸하하하.

   

 

 

 

 

 

 

 

 

 이렇게 주말을 보내고 나니, 가을이 성큼 들어섰다. 심지어는 춥다, 소리가 나올 정도로. 사흘 전까지만 해도 자다가 깨어 에어컨을 살짝 돌렸다가 들어가곤 하였는데, 추워서 이불을 끌어당겨야 하다니.

 

 계절도 성큼, 감자도 성큼, 품자도 성큼,

 가을로 들어서는 길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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